대기오염의 사회적 불평등 감소·지속가능 정책 필요성 제기…한·미 공동연구 결과 국제학술지 '대기환경'에 게재

'환경 정의(Environmental justice)'라는 개념은 특정 집단과 지역에 환경 문제가 집중되지 않는 환경적 공평성과 공정성을 설명한다. 미국은 엄격한 규제와 정책으로 대기오염을 효과적으로 줄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환경 정의를 반영한 연구가 활발하지 않다.

포스텍(POSTECH)은 이형주 환경공학부 교수팀이 미국 캘리포니아 주 정부 대기자원위원회와의 공동 연구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미국의 락다운(lock down) 정책이 대기오염과 관련한 사회적 불평등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고, 환경 정의를 위한 정책 수립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환경 분야 국제 학술지인 '대기환경'에 게재됐다.

이형주 포스텍 교수
이형주 포스텍 교수

이산화질소는 자동차 배기가스와 공장 매연에 포함된 공해 물질로 대기오염 심각성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이산화질소 농도를 분석해 락다운 정책이 대기오염에 대한 사회적 불평등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미국 캘리포니아주 이산화질소 평균 농도는 기상 요인을 배제했을 때, 락다운 정책 이후 약 34% 감소했다. 또 도시 외 지역에서는 이산화질소 농도가 17%, 도시 지역에서는 50%까지 감소했는데, 이는 강력한 봉쇄 정책으로 당시 교통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환경 정의의 관점에서 대기오염에 대한 사회적 불평등 변화도 분석했다. 교육 수준과 인종 등으로 사회적 취약계층을 분류해 대기오염 노출 정도를 비교한 결과, 그 격차가 최대 79%에서 37%로 감소했다.

미국 내 사회적 취약계층은 디젤 트럭과 같은 차량에서 배출하는 질소산화물 농도가 높은 도로나 물류센터, 항만 등 주변 지역에 주로 거주해 교통량 감소로 인한 영향을 더 크게 받았기 때문이다. 코로나 감염 확산 예방을 위한 락다운 정책이 평균 대기오염 수준을 낮췄을 뿐 아니라 대기오염에 대한 사회적 불평등을 줄인 것이다. 이는 내연기관에 대한 질소산화물 배출 규제 정책을 통해 이산화질소 평균 농도와 사회 계층 간 격차를 동시에 줄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미국 캘리포니아 사례를 바탕으로 향후 국내 대기 정책에 대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락다운 동안 대기오염 노출의 사회적 불평등 감소는 일시적이었지만, 대기 정책을 통한 배출원 관리는 이러한 불평등을 지속해서 낮출 수 있다. 이를 위해 국내 대기오염 물질별로 노출에 대한 사회적 불평등이 존재하는지 살펴보고, 이를 유발하는 배출원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형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대기오염의 평균 농도 수준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대기오염의 전반적 감소와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노력은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고, 이를 위해 환경 정의를 고려한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4단계 두뇌한국21사업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