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교실의 미래] 에듀테크도 AI가 대세…“수업 발전시킬 아이디어 얻어”

#전세계가 인공지능(AI)을 비롯한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전례 없는 변화와 도전에 직면했다.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에 적응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를 접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학교에 입학하면서 에듀테크 활용은 자연스러운 수순이 됐다. 학생들마다 자기의 속도에 맞춰 수업을 따라가는 '맞춤형 교육'의 시대를 앞두고 교사의 역할 변화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시작됐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부터 26일까지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에듀테크 박람회 Bett 2024의 화두는 AI의 발전이 가져올 교실의 변화였다. '급변하는 시대 성공을 위한 교육'을 주제로 열린 이번 박람회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에듀테크가 교사와 학생들에게 어떻게 힘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디지털 교육 전환 선도교사단인 터치교사단 소속 교사들도 Bett 2024 현장에 참석했다. 교육부는 앞서 AI 디지털 교과서를 학교에 안착시킬 1기 터치교사단 398명을 선정했고, 이 가운데 다시 40명을 선발해 Bett 현장에 파견했다. 터치교사단은 글로벌 에듀테크 기업들이 내놓은 신기술을 경험하고 에듀테크를 교육 현장에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하고 토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데이터 분석 넘어 평가체계까지 확장…생성형AI 에듀테크서도 대세
BETT 2024 현장에 설치된 캔바(Canva)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캔바의 소프트웨어를 체험하고 있다. 캔바는 교육 현장에서 사용되는 템플릿을 무료로 제공한다.
BETT 2024 현장에 설치된 캔바(Canva)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캔바의 소프트웨어를 체험하고 있다. 캔바는 교육 현장에서 사용되는 템플릿을 무료로 제공한다.
김정준 양서초 교사(왼쪽)와 이명길 울산 도산초 교사가 BETT 2024 현장에서 캔바 소프트웨어의 기능을 살펴보고 있다.
김정준 양서초 교사(왼쪽)와 이명길 울산 도산초 교사가 BETT 2024 현장에서 캔바 소프트웨어의 기능을 살펴보고 있다.

이번 박람회에는 130개국의 500여개 기업이 참가했으며 AI를 기반으로 하는 교수·학습 소프트웨어와 이를 구현할 최신 전자기기를 선보였다.

AI의 활용 영역은 학생 데이터 정리 및 분석에서 더 나아가 문제 출제와 평가 영역까지 확장됐다. 교사가 학습 자료를 올리고 문제를 출제해달라고 입력하면 AI가 교과 과정과 연동해 수업에 대한 이해도를 평가할 문제를 만든다. 채점기준표까지 만들어달라고 할 수 있으며, 시험 결과를 토대로 맞춤형 학습을 추천한다. AI의 보조를 받은 교사는 문제 출제와 채점에 들어가는 시간을 줄여 학생들과 교류에 집중할 수 있다.

읽기와 관련된 툴은 챗봇형 AI로 원어민 교사의 역할을 대신하거나, 자신의 수준에 맞는 수학 문제를 풀면서 학습한 개념을 다시 익힌다.

올해 한국공동관에 참여한 교육부는 이같은 AI코스웨어의 기능을 갖춘 AI 디지털교과서 프로토타입을 공개했다.

BETT 2024에 설치된 마이크로소프트 부스. MS는 코파일럿의 교육용 버전 등 주요 소프트웨어를 설치·시연했다.
BETT 2024에 설치된 마이크로소프트 부스. MS는 코파일럿의 교육용 버전 등 주요 소프트웨어를 설치·시연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대세로 떠오른 생성형AI를 교육 현장에 어떻게 접목할지를 선보였다.

MS는 지난해 말 코파일럿의 교육용 버전을 공개하고 이번 박람회에서 실제 활용법을 시연했다. AI 리터러시를 위한 교육 자료를 지속 개발할 계획이며, AI클래스룸 툴킷을 출시해 생성형AI를 사용하는 방법을 지도하도록 지원한다.

구글의 듀엣AI의 교육용 기능들을 공개했다. 수업 계획안을 자동으로 만들고, 유튜브 영상에서 문제를 출제하는 것도 가능하다. 광학문자인식(OCR) 기능을 추가해 PDF에서 텍스트를 추출해 자료를 만들거나 텍스트를 소리 내 읽는 기능도 탑재했다.

Bett 2024 현장에서 만난 김태호 충북 청남초 교사는 “AI 기술이 자연스러워지는 게 느껴졌다”며 “디지털 기술 활용으로 학생들 간의 학습 격차가 커질 수도 있는데 이를 보완할 수업 계획을 운영할 수 있도록 교사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감정 상태를 확인하고, 겉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심리 상태의 변화를 보여주는 MS) 프로그램도 눈길을 끌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접하고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학생들은 온라인 상에서의 감정 표현이 윗세대보다 자연스럽다.

이상근 경희여중 교사는 “아이들이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지만 매일 기분이 어떤지를 체크하게 하면 감정 그래프가 갑자기 꺾이거나 조금씩 우울해하는 모습 등이 파악된다”며 “학습 진도를 잘 따라오는 것 뿐만 아니라 감정 상태도 파악해 보다 세밀한 교류가 가능해졌다”고 전했다.

위기와 도전 공존하는 교육의 디지털 전환…문해력 키우고 ‘창의적 오답’ 찾아야
영국 연수에 참여한 터치교사단이 옥스퍼드 유니버시티 프레스(Oxford University Press)의 세미나에 참석해 옥스포드 리딩 클럽(OCR) 사례를 청취하고 있다.
영국 연수에 참여한 터치교사단이 옥스퍼드 유니버시티 프레스(Oxford University Press)의 세미나에 참석해 옥스포드 리딩 클럽(OCR) 사례를 청취하고 있다.

교육의 디지털 전환에는 기회와 도전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AI에 기반한 에듀테크 활용은 학습과 교육의 개별화에서 잠재력을 발휘하며, AI 도구가 개별 학생을 직접 지원하거나 학생의 특성과 진단 결과를 교사 및 관리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학습 도구 및 자원의 디지털화는 학습 기회 접근성을 높인다. 정부가 디지털 학습 자원을 보급하면 교육체계 내에 있는 모든 학생들의 접근성이 보장돼 형평성(equity)과 포용성(inclusion)이 높아진다.

디지털 자원의 재생산비용은 '0'에 가깝고, 각종 절차를 효율화하고 통계 수집을 지원해 교수 방법의 질을 높인다. 전례 없이 수집된 많은 양의 데이터는 교육 시스템 개혁도 이끌어낼 수 있다.

반면 가정에서 사용 가능한 기기와 연결의 부족, 지방정부 또는 학교 간 격차도 코로나19 기간 부각된 바 있다. 아직은 디지털 도구의 성능이 완벽하지 않은 점, 일부 AI 기반 도구는 편향성을 가지고 있어 소수 집단에 불리하게 작동하는 경우 등도 경계해야 한다.

디지털 교육 생태계가 파편화돼 있는 경우는 오히려 비효율성이 증가하며 개인정보와 데이터 보호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등 교육의 디지털 전환 시대에는 종이책 기반의 문해력과 디지털 기반 문해력이 모두 요구된다.

조지은 옥스퍼드대 언어학과 교수는 “AI 시대에는 질문을 잘 하는 게 중요하다”며 “책 속의 지식이 필요한 시대는 지났고 궁금하거나 재밌는 것, 반박할 수 있는 것을 건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잘 된 요약을 하기보다는 창의적인 오답이 요구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동기획 :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