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인조 속눈썹과 가발 등을 '중국산'으로 둔갑시킨 뒤 전 세계로 수출해 외화를 벌어들였다고 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로이터는 업계 종사자 15명과 무역 변호사, 북한 경제 전문가 등 20명과 인터뷰해 중국 업체들이 북한에서 반제조된 제품을 수입해 포장,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방식으로 북한이 벌어들인 외화는 수천억원에 달하며, 북한의 수출 회복을 견인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이전부터 가발과 인조 속눈썹 등 인조모(毛) 제품을 수출해 외화를 벌어왔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국경이 폐쇄되면서 수출이 급감하자 지난해부터 중국을 통해 이를 재개했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중국 세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북한의 대중국 수출액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이 중 약 60%가 인조 속눈썹, 가발, 수염 등으로 약 1억 6700만 달러 상당의 1680톤을 수출했다.
2019년에는 이보다 많은 1829톤이 수출됐지만 판매가가 낮아 3110만 달러 수출고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무부와 국제 전문가들은 이렇게 벌어들인 외화의 90%가량이 북한 정권으로 흘러들어가며, 높은 수출고에도 상당수가 빈곤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추정했다. 다만 정확히 인조속눈썹 판매 수익 중 어느정도가 김정은 국무위원장 일가로 돌아가는지에 확인되지 않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2006년부터 북한의 핵실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대북제재 결의를 채택해 북한의 석탄·석유·섬유 등의 무역 거래, 해외 근로자 취업 등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가발 관련 제품에 대한 직접적인 금지는 없었기 때문에 이번 인조속눈썹 거래를 국제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제재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북한산 인조 속눈썹 대부분은 '세계의 인조 속눈썹 수도'라고 불리는 중국 핑두로 모인다. 핑두에 있는 많은 업체가 북한 속눈썹을 공급받아 포장해 미국, 브라질, 러시아 등 세계 곳곳에 제품을 수출하는 것이다.
중국 공장 관계자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북한과 인조 속눈썹 거래를 시작했다며, 가격이 저렴한데도 품질이 좋다고 전했다.
저렴한 판매가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반영한다. 로이터는 북한 노동자의 급여가 중국 임금의 10분의 1 수준이라며, 이를 통해 저렴한 가격에 제품 공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