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올해 매출 목표치로 작년대비 2% 성장한 17조9000억원을 제시했다. 무선매출 성장세가 둔화된 가운데,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등 비통신 기업고객(B2B) 영역에서 이를 벌충할 성과를 거두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AI인프라, AI전환(AIX), AI서비스 등 3대 영역 중심으로 올해 AI 수익화를 실현한다는 목표다.
김양섭 SKT 최고재무책임자(CFO)는 5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5G 보급률이 68%를 넘어가며 무선매출 성장세가 완연히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가입자 순증 외 에이닷 통화녹음 등 킬러서비스 발굴에 집중하고 신성장 및 AI 사업에서의 실질적 성과를 통해 수익성을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 SKT 5G 이동통신 가입자는 1567만명에 달한다. 전체 회선은 늘었지만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은 낮아지며 이동통신 매출 성장률은 0.9%에 그쳤다. 올해는 단통법 폐지 추진에 따른 출혈경쟁과 저가요금제 출시 등으로 이익마저 감소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SKT는 AI와 연계한 데이터센터(IDC)와 클라우드 등 B2B 사업을 무선통신을 대신할 새로운 캐시카우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AI인프라 핵심인 데이터센터는 지난해 신규 가동률 증가에 힘입어 매출이 30% 뛰었다. 수도권에 차세대 AI 데이터센터를 추가 구축하고 글로벌 진출도 강력 추진한다. 보유 용량도 2030년까지 지금의 2배인 200㎿(메가와트)까지 확장한다.
글로벌 AI 사업도 올해는 구체적 결실을 맺는다. 조상혁 SKT AI전략제휴담당은 이날 컨콜에서 “글로벌 AI 기업과 협력 구축한 텔코 특화 거대언어모델(LLM)을 AI컨택센터, AI에이전트 등에 접목한 상용 서비스를 올 상반기 중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SKT는 지난해 도이치텔레콤, 이앤(E&), 싱텔과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를 꾸리고 해외 사업 확장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자체 LLM인 '에이닷엑스'와 함께 앤트로픽, 오픈AI 등 생성형 AI 기업과 협력한 멀티 LLM을 아우르는 AI 플랫폼도 선보인다.
SKT는 “전세계 50여개국 14억 가입자를 가진 텔코 AI 얼라이언스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다면 글로벌에서 AI로 실질적 수익을 창출하는 몇 안 되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에이닷 역시 AI 에이전트 중심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다각화한다. 지난해 공식 출시 이후 누적 가입자가 4배 늘어난 340만명을 달성했다. 아이폰 통화녹음과 요약, 통역콜 등 킬러서비스가 차별화 요소로 부각된 덕분이다. 회사 측은 “시장에서 에이닷 효용성과 인기가 증명된 만큼 올해는 AI 커뮤니케이션 기반으로 유입된 고객을 라이프스타일 영역으로 확장하기 위한 기능적 고도화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본업인 통신 성장 침체를 만회한다는 구상이다. SKT는 지난해 매출 17조6085억원, 영업이익 1조7532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1.8%, 8.8% 성장에 성공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