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24인치 반도체용 쿼츠도가니 개발에 이어 32·36인치까지 개발 완료
일본이 독점해 온 쿼츠도가니 국산화 성공…국내 반도체 생태계 완성 기대
국내 상장사가 대부분 일본 수입에 의존했던 반도체 핵심 부품 32·36인치 '쿼츠도가니'를 개발했다. 24·28인치를 국산화한지 2년만이다. 국내 안정적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친환경 종합에너지 기업 SGC에너지(대표 이복영·박준영·이우성)는 2021년에 직경 24인치 반도체용 쿼츠도가니 기술을 개발한데 이어 최근 32인치와 36인치 반도체용 쿼츠도가니 기술 개발에도 성공했다고 밝혔다.
반도체용 쿼츠도가니는 반도체 웨이퍼 생산의 필수 소재로 고온에 견디는 내열성 용기다. 폴리실리콘을 쿼츠도가니에 담아 1500도 열로 가열해 고순도 실리콘 용액을 만든다. 이를 둥근 막대 모양의 잉곳으로 제작하고, 균일한 두께로 잘라내면 반도체 웨이퍼가 된다. 웨이퍼 위에 다수의 동일 회로를 만들어 반도체 직접회로가 탄생한다.
수 나노미터(㎚)의 미세 공정을 다루는 반도체용 잉곳은 실리콘 잉곳 중에서도 초고순도가 요구된다. 잉곳을 만드는 쿼츠도가니 제작에도 정밀 기술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순도·내열성·투명도 등 다양한 조건을 갖춰야하는데, 이 중 지름이 0.1㎜ 이상 기포가 없는 투명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기술의 차이를 가른다. 이 기술은 현재 SGC에너지가 보유한 핵심 기술이다.
SGC에너지는 2021년 24·28인치 반도체용 쿼츠도가니를 개발했고, 2년이 채 안돼 이번엔 30인치급 반도체용 쿼츠도가니 개발에도 성공한 것이다. SGC에너지가 다양한 직경의 반도체용 쿼츠도가니 개발에 성공하면서 그동안 전량 해외에 의존했던 국내 시장에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GC에너지는 2020년 8월부터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정지인 팀장, 장경미 선임 연구원을 주축으로 '반도체용 직경 30인치급(32·36인치) 제조기술 개발' 과제를 연구 수행해왔다. 반도체용 쿼츠도가니 핵심기술을 확보했을뿐 아니라 품질면에서도 선도기업과 동등한 수준에 올랐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연구과제 성과가 매출 발생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아 2022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을 수상한 바 있다.
SGC에너지는 올해 안에 32인치 반도체용 쿼츠도가니를 국산화할 계획이다. 2025년까지 36인치 반도체용 쿼츠도가니까지 양산 판매한다는 목표로 투자유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개발한 24인치 반도체용 쿼츠도가니는 현재 미국, 독일, 핀란드, 이탈리아 등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조만간 국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박준영 SGC에너지 대표는 “고순도 반도체용 쿼츠도가니는 반도체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기대한다. 반도체 핵심소재인 30인치급 고순도 쿼츠도가니까지 꼭 국산화해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완성하고 해외로 역수출해 수출에도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SGC에너지는 국내 유일하게 쿼츠도가니 제조기술을 보유한 자회사 쿼츠테크를 2020년에 흡수 합병한 바 있다.
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