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안 낸 나토, 러에 공격받아도 알 바 아냐”…트럼프 발언 일파만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방위비를 내지 않으면 러시아가 공격하도록 격려하겠다고 발언해 거센 후폭풍을 겪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유세에서 과거 자신이 나토 대통령 중 한 명에게 방위비와 관련해 받았던 질문에 대해 이야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큰 나라의 대통령 중 한 명이, 만약 나토가 대가를 지불하지 않더라도 러시아에 의해 침략당하면 미국이 여전히 국가를 방어해줄 것인지 물었다”며 “(그 질문에 나는) '아니, 나는 당신을 보호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나토 동맹국 모두가 돈을 내야 한다”며 “사실 나는 그들(러시아)이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하라고 격려할 것이다. 당신들은 청구서를 지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번 발언은 동맹국을 보호하지 않는 것을 넘어 러시아의 무력 사용을 부추길 것으로 해석돼 유럽 내 나토 회원국은 물론 대내외적으로 큰 반발을 샀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동맹국이 서로를 방어하지 않는다는 제안은 미국을 포함한 우리 모두의 안보를 약화시키고, 미국과 유럽 군인을 더 큰 위험에 처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나토와 유럽 국가들도 비판을 이어갔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누구도 유럽 안보와 관련해 장난치거나 흥정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으며 조셉 보렐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미국의 선거운동 중에 나온 바보 같은 아이디어에 대해 언급하는데 제 시간을 쓰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끔찍하고 위험한” 발언이라고 비판했으며, 이튿날 국무부 대변인인 매슈 밀러를 통해 “미국이 주기만 하는 동맹이 아니다. 우리도 이 동맹(나토)에서 많은 것을 얻고 있다”고 재반박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공화당 경선 경쟁자인 니키 헤일리 후보는 “푸틴(러시아 대통령) 때문에 50만 명이 죽거나 다쳤다. 그런데 그의 편에 서겠다는 거냐”며 비판에 가세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