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미국 증시에서 장 중 한때 시가총액(시총)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에 이어 '빅3'에 진입했다. 2002년 이후 20여년만에 아마존 시총을 넘어섰다.
12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거래 시작 후 상승세를 이어 나간 엔비디아 주가는 장중 3% 이상 오르며 740달러를 넘었다.
이에 따라 시총도 1조8300억달러로 불어나면서 구글 모회사 알파벳(1조 8200억달러)과 아마존의 시총(1조8100억달러)을 제치고, MS와 애플에 이어 3위에 올랐다.
다만, 이후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상승 폭이 줄어들며 주가는 0.16% 오르는 데 그쳤다. 시총도 1조7850억달러로 감소하며 다시 5위로 돌아왔다.
엔비디아 주가 상승세를 고려하면 종가 기준으로도 조만간 알파벳과 아마존을 제치고 '빅3'에 진입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시총 2조달러를 돌파하면 애플과 MS, 알파벳에 이어 역대 4번째 2조달러 클럽에 입성하게 된다.
엔비디아 주가가 상승세를 탄 것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산업의 폭발적 성장에 적시 대응했기 때문이다.
불과 3년여 전인 2020년 10월 기준 엔비디아 시총은 3000억달러 미만이었다. 당시 아마존과 알파벳 시총은 1조달러가 넘었다.
엔비디아는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H100, A100 등을 차례로 선보이며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현재 AI 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 80%를 상회할 정도로 독점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올해에만 주가가 45% 이상, 시총은 5000억달러 상승했다. 아마존과 애플 주가는 연초 대비 각각 약 15%, 7% 상승하는데 그쳤다.
엔비디아는 최근 새로운 사업부를 구축하고 맞춤형 AI 칩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AI 칩 시장 선두 기업이지만, 엔비디아가 제공하는 범용 AI 칩은 맞춤형 칩 대비 비용과 에너지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MS, 메타 등 많은 기업이 맞춤형 AI 칩 개발을 서두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GPT'로 생성형 AI 시장을 주도하는 오픈AI는 자체 AI 칩 개발 인프라 구축을 위해 최대 7조달러, 한화로 약 9000조원이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펀딩을 추진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빅테크 기업과 협력해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나 자동차, 5세대(G) 이동통신, 비디오 게임 등에 필요한 맞춤형 AI 칩 개발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해 세계 맞춤형 AI 칩 시장 규모는 약 300억달러로 세계 칩 시장의 약 5%로 추정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12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개막한 2024 세계정부정상회의(WGS) 대담 프로그램에서 “(AI 칩을) 더 빠르게 제조하는 칩 산업 덕분에 AI에 투자해야 하는 비용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