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하는 1조6000억원 중 약 80%를 북미 합작법인(JV) 설비투자(CAPEX)에 활용한다. 올해 배터리 업황 위축에도 북미 시장 성장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대규모 투자를 준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이 공시한 증권 신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2년물·3년물·5년물·7년물 녹색채권 발행으로 1조6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할 예정이다. 당초 8000억원 수준의 회사채 발행 계획을 신고했으나 수요예측 흥행으로 규모가 2배 늘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원화 회사채 발행은 지난해 6월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회사는 이 자금을 대부분 글로벌 설비투자에 사용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올해는 원재료(양극재) 구매 대금과 JV 신규 투자에 각각 3200억원과 3800억원을 집행하고, 내년과 내후년에는 JV 투자에 4000억원과 50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JV 투자금액이 총 1조2800억원으로, 전체 1조6000억원 중 80%가 완성차 업체와 설립하는 JV에 쓰이는 것이다.
JV 투자는 특히 북미 배터리 합작공장에 집중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JV 투자의 경우 혼다 JV, 스텔란티스 JV, 현대차 JV 투자를 위한 증자 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오하이오주(혼다 JV)와 조지아주(현대차 JV), 캐나다 온타리오주(스텔란티스 JV) 등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3곳 모두 내년부터 배터리 셀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로 안정적 가동을 위한 준비가 중요한 시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수혈 자금의 80%를 북미에 배정한 건 전기차 수요 둔화에도 성장성이 높은 북미 지역 투자 강화 기조를 유지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회사는 지난달 실적 설명회에서 올해 글로벌 전기차 수요 성장률은 20% 중반으로 30%가 넘었던 예년 대비 일시적 둔화가 점쳐지지만, 북미 성장률은 30% 이상으로 타 지역 대비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미국 역내 각종 규제로 인해 현지에서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공급자는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어서 현지화를 선제적으로 추진한 기업이 차별화할 수 있는 기회”라며 “상대적으로 양호한 북미 전기차 수요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전기차 시장 둔화에도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설비투자비는 전년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회사는 지난해 북미 지역 증설을 중심으로 10조9000억원의 비용을 집행했는데, 올해도 이와 유사한 수준으로 투자 계획을 수립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발행하는 녹색채권은 전액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 증설을 위한 해외 법인 증자 및 양극재 등 원재료 구매에 투입될 예정으로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생산을 통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전기차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