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금지된 가상자산의 신용카드 구매가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에서 벌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신용카드를 이용한 가상자산 구매를 지난 2018년부터 금지했으나, 카드업계는 외국계 쇼핑몰 특성상 대응이 어렵다고 주장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동남아 최대 이커머스 기업으로 꼽히는 큐텐에서 국내 신용카드로 가상자산 구매가 가능, 국내 자금세탁방지법을 우회하는 사각지대가 발생했다. 일부 투자자는 신용카드의 가상자산 결제를 통해 가상자산을 구매하고, 이 가상자산으로 다시 모바일 상품권을 구매해 이를 네이버페이나 페이코 포인트로 전환해 차익을 얻는 수법을 쓴다.
이 같은 수법이 가능한 것은 글로벌 쇼핑몰의 특이한 구조 때문이다.
큐텐은 지난 2019년 블록체인 쇼핑 플랫폼 '큐브(QuuBe)'를 론칭하면서 자사 쇼핑몰 결제에 활용할 수 있는 '큐코인(Q*Coin)'을 개발해 유통시켰다. 큐코인은 일종의 사이버머니로, 글로벌 시장 셀러를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큐텐에서 활용성이 높다고 여겨졌다.
큐코인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전자지갑을 이용해야 하고, 큐텐의 모든 패밀리 사이트에서 상품 결제에 이용할 수 있다. 일종의 투자 플랫폼인 '위시팜'에 큐코인을 예치해 투자수익을 추구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해외 쇼핑몰이라 국내 기업처럼 규제를 받지 않았다.
앞서 카드사들은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에 따라 2018년 1월부터 신용·체크카드를 이용한 가상자산 구매를 카드 승인 단계에서 차단하고 있다. 2018년부터 5년 동안 카드로 가상자산을 구매하려다 차단된 결제사례는 약 117만건, 5602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결국 해외 쇼핑몰에서 사각지대가 발생한 셈이다.
자칫 자금세탁에 악용될 여지가 크다. 신용카드로 가상자산을 구매하고, 이 가상자산으로 다시 모바일 상품권을 구매한 뒤 이를 네이버페이나 페이코 포인트로 전환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금융위원회는 카드거래 금지 대상에 금융투자상품, 사행행위, 환금성 상품 등과 동일하게 가상자산(암호화폐)를 추가하겠다고 지난 달 밝혔다. 해당 내용을 담은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이 입법 예고된 상태다.
이를 걸러낼 방법도 마땅치 않다. 현재는 신고가 접수된 건에 대해 여신금융협회가 사안을 각 카드사에 공유하고, 해당 가맹점에 대해 결제를 차단하는 방법이 전부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까?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 발생하는 결제는 입점한 상점이 판매하는 물품에 대한 정보를 코드에 포함하지 않으면, 신용카드사가 가상자산 결제 거래 건을 구분할 수 없기 때문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개정된 여전법이 시행되기 전에도 문제 거래를 제한할 수 있도록 국제 결제사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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