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올해를 '자산관리 영업 패러다임 전환' 원년으로 선언했다. 고객 중심 포트폴리오로 단순 상품 판매를 넘어 장기적으로 우량 고객을 키우고 집중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우리은행 자산관리 상품과 채널, 전문인력을 총괄하는 자산관리그룹은 송현주 부행장이 이끈다. 송 부행장은 영업현장에서 고객을 응대하며 겪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은행 자산관리그룹을 변화시키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초 자산관리서비스 조직을 자산관리 채널과 전문인력을 총괄하는 자산관리그룹과 자산가 상품을 관리·운영하는 투자상품전략본부를 통합한 8개 부서로 구성해 효율화를 꾀했다.
◇ 비예금상품위원회 중심 고난도 투자상품 출시 심의 과정
우리은행은 과거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상품에 가입한 고객이 투자 손실을 입어 시장에서 신뢰를 잃은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우리은행은 DLF를 반면교사로 삼아 2020년 투자상품 심의절차를 강화한 '비예금상품위원회'를 신설했다.
투자상품 선정이 형식적이라는 지적에 통렬한 반성으로 상품 심의제도를 근본부터 재구축했다. 심의제도는 △1단계 사전검토(리스크총괄부, 법무실, 상품모니터링팀 등 실무자가 제한 없이 의견 개진) △2단계 비예금상품실무협의회(내부통제 및 상품 관련 부서장 9명이 심의) △3단계 비예금상품위원회(임원 8명, 외부자문위원, 변호사 등 최종 출시 여부 심의) 프로세스를 거친다.
비예금상품위원회는 소비자보호 담당 임원이 위원장을 맡는다. 위원장에게 거부권을 부여해 최종심의 단계에서 리스크 관리와 투자자 보호에 더욱 힘을 실었다. 특히 주가연계증권(ELS) 같은 원금 손실 위험이 큰 고난도 투자상품 심의안은 마지막에 이사회에 부의해 최종 승인을 받는 절차를 거치고 있다.
2021년 2월 비예금상품위원회를 앞두고 우리은행 내에서 ELS 기초자산 구성에 대해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당시 홍콩 H지수는 2020년 9월 최저점을 찍고 3개월 넘게 상승 곡선을 타고 있었고, 홍콩 H지수가 편입된 ELS 상품이 꾸준히 출시되며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우리은행 리스크총괄부와 상품모니터링팀은 “중국 리스크와 연동되는 홍콩 H지수의 위험성을 관리해야 한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상품 관련 실무자부터 임원까지 가감 없는 토론을 진행한 결과 비예금상품위원회에서 판매창구 제한 등 결정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해 2021~2022년 사이 8조2000억원 규모 ELS를 판매하는 동안 홍콩 H지수 ELS는 단 601억원을 판매하며, 판매 비중이 0.7%에 그쳤다. 우리은행이 최근 불거진 홍콩 H지수 ELS 부실사태에서 타행 대비 판매·손실 규모가 미미한 이유다.
◇ 자산관리 영업 패러다임의 전환
우리은행은 자산관리에서 '안정적 상품리스크 관리체계를 갖춘 포트폴리오 전문은행'을 목표로 삼았다.
비예금상품위원회를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고 자산관리 영업문화를 '상품판매 중심'에서 '고객 중심 포트폴리오 관리'로 바꿔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 앞으로 부동산, 세무 등 자산관리 전문가로 구성된 '컨설팅 T.H.E 드림팀'을 신설 운영해 케이스별 토털금융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상품을 소개하는데서 그치치 않고 개인별 맞춤형 자산배분을 제안하는 영업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것이다.
초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는 자산 증대보다는 안정성에 중점을 두고 전문 노하우를 보유한 소속장급 PB들이 폭넓은 맞춤 상담 서비스를 다양한 고객 요구에 맞춰 제공한다. 또 부동산, 세무 등 전문가 동행 상담으로 전문적인 '원스톱 서비스'도 가능하다.
자산관리 특화점포는 최근 'TWO CHAIRS W' 부산 개점으로 현재 6곳이 운영 중이며, 2026년까지 1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홍콩 H지수 ELS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은행은 고객과 신뢰 회복에 중점을 두고 소중한 자산을 지킬 수 있는 리스크 관리에 강한 은행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면서 “믿고 맡길 수 있는 자산관리 전문은행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