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혁신의료기기 지정 건수가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누적 건수로는 50건을 돌파하며 첨단 의료기기 시장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인증 제품 중 인공지능(AI) 의료기기가 절반을 차지하며 헬스케어 시장에서 'AI 열풍'을 입증했다.
14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받은 제품은 총 31건으로 집계됐다. 2022년 10건과 비교해 3배 가량 늘었다.
혁신의료기기는 기술 집약도가 높고 혁신 속도가 빠른 첨단 기술을 적용하거나 사용방법을 크게 개선해 혁신성을 인정받은 제품을 의미한다. 기존 의료기기나 치료법에 비해 안전성·유효성이 현저히 개선됐거나 개선할 것으로 예상되는 의료기기를 선별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정한다. AI 의료기기, 전자약, 디지털 치료제, 로봇수술기기 등이 대표적이다.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될 경우 인허가 특례(단계별 심사·우선심사), 정부지원사업 참여 우대 등 혜택을 준다.
2020년 7월 뷰노의 안과영상검출·진단보조 소프트웨어(SW)가 첫 인증을 받은 그해 총 6개 의료기기가 지정받았다. 이후 2021년 9건, 2022년 10건으로 꾸준히 늘다가 지난해 31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제도 시행 이래 누적 인증건수로는 56건이다.
제품별로는 전체 인증 기기 56건 중 절반(28건)이 AI SW 의료기기로 집계됐다. 지난해만 해도 딥노이드 '뇌영상검출·진단보조 SW', 웨이센 '위암 영상검출·진단보조 SW', 메디컬에이아이 '심전도분석 SW' 등 14개 솔루션이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됐다. 이어 최근 주목 받은 디지털치료제(DTx) 부문도 누적건수 11건을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AI 의료기기 비중이 높은 것은 혁신의료기기 지정 제도가 신속한 시장 진입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2016년 '알파고'가 촉발한 AI 열풍은 이후 IBM '왓슨 포 온콜로지' 등 헬스케어 AI 시장까지 활짝 열었다. 이후 뷰노, 루닛, 셀바스AI 등 다양한 기업들이 AI 의료기기를 출시하며 '정밀의학'을 선도할 주자로 떠올랐다.
문제는 기존 의료기기 인허가 체제에선 AI 의료기기를 검증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혁신의료기기 지정 제도를 운영, 의료 현장에서 시범 적용 후 건강보험 등재 등 시장 안착을 지원하고 있다.
최우식 딥노이드 대표는 “기존 하드웨어(HW) 중심 의료기기 인허가 체제로는 시장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혁신의료기기 제도는 새로운 허가 기준을 제시하는 한편 빠른 시장 진입까지 지원하면서 AI 의료기기 생태계 조성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혁신의료기기 인증을 통한 신속한 시장 진입과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지원하기 위해 관련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우선 올해부터 혁신의료기기 지정을 준비하는 기업 30곳을 선별해 지정부터 임상시험, 국내외 허가 등 전주기 기술지원을 펼칠 예정이다. 이어 조달청이 운영 중인 '혁신조달제도'에 혁신의료기기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한다.
황성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의료기기화장품사업단장은 “의료현장 진입이 어려웠던 의료AI, 디지털치료기기 등은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를 통해 의료현장에서 활용될 기회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