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5세대(5G) 이동통신 28㎓ 대역 재할당과 중대역 주파수 추가 할당 움직임에 따라 통신장비 업계에 기대감이 커졌다. 5G 망 투자 위축으로 수주에 어려움을 겪었던 장비업체들은 신규 주파수 공급이 네트워크 투자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미국과 인도 등 해외에서도 5G 주파수 경매에 나서면서 얼어붙었던 통신장비 시장에 성장 모멘텀이 갖춰졌다.
14일 KDB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는 올해 국내 통신시장 설비투자 규모가 작년대비 3.7% 늘어난 6조1019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8.0% 줄어든 5조8825억원에 그쳤던 것을 감안하면 성장 전환에 대한 높은 기대감이 반영됐다.
5G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커버리지 확대를 위한 망 투자 수요가 위축됐다. 실제 지난해 이통사 설비투자비용(CAPEX)은 감소세를 보였다. 20㎒폭을 추가 할당받은 LG유플러스를 제외한 SK텔레콤과 KT는 CAPEX가 전년대비 각각 9.6%, 6.1% 줄었다.
이통사의 보수적 5G 투자 기조로 인해 통신장비 협력업체들도 매출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다.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는 지난해 매출이 29.7% 감소한 3조7800억원에 그쳤다. 5G 인프라 투자 지연 및 축소가 지속되며 에프알텍과 에치에프알 등 중소·중견 장비사도 작년 3분기까지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다만 올해부터 제4 이통으로 낙점된 스테이지엑스의 28㎓ 기지국 6000대 구축에 따라 매출처 확대가 예상된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통신장비 업계에는 제4 이통 탄생 자체가 사실상 호재”라며 “규모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커버리지가 협소한 28㎓ 특성상 스몰셀(소형기지국)이 각광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몰셀은 기지국 설치가 용이하지 않거나 전파환경이 원활하지 않은 지역에서 커버리지 확보와 데이터 트래픽 분산 처리 역할을 한다. 이노와이어리스, 센서뷰 등 스몰셀 장비 업체에게는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스펙트럼 플랜(안)을 통해 5G 중대역 주파수 추가 할당 가능성을 시사한 점도 기대 요인이다. 정부는 3.70~4.0㎓ 대역을 5G 통신 용도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연내 주파수 경매가 이뤄질 경우 내년 설비투자 수요가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과 인도 등 해외에서도 5G 주파수 경매에 나서면서 글로벌 장비 공급계약이 늘어날 가능성도 커졌다. 최근 인도 정부는 800㎒~3.3㎓ 저·중대역부터 26㎓ 고대역에 이르기까지 총 1만523㎒폭에 대해 주파수 경매 계획을 밝혔다. 현지 통신사인 릴라이언스지오, 바르티에어텔과 5G 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한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납품 물량을 대폭 늘릴 수 있는 기회다.
삼성전자 측은 “네크워크 부문은 올해 해외사업에 적기 대응해 매출 성장을 추진하고 신규사업 수주 활동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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