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4680 배터리 양산 일정을 확정하면서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로 주목받는 46시리즈 사업 향배에 관심이 쏠린다. 46시리즈는 지름 46㎜에 높이를 80㎜에서 125㎜로 다양화한 배터리로 기존 2170(지름 21㎜, 높이 70㎜) 대비 에너지 용량을 5배 이상 늘릴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다. 특히 배터리 크기가 커져 에너지당 공정 횟수가 감소하고, 생산비용 절감이 가능해 전기차 배터리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로 주목 받고 있다. 미국 최대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가 LG에너지솔루션 4680을 수급할 예정인 가운데 리비안과 벤츠도 46시리즈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귀추가 주목된다
◇테슬라 SOS…LG엔솔 4680 사이버트럭 첫 적용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이르면 8월부터 4680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이 4680 배터리의 구체적 생산 시점을 밝힌 건 처음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창 공장(에너지플랜트)에서 4680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다. 설비 구축을 마친 뒤 현재 막바지 양산 테스트를 진행 중에 있다.
8월 양산되는 4680 배터리의 첫 번째 고객사는 테슬라로 파악됐다. 이 사안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출시한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에 우선 적용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말 4680 배터리를 탑재한 사이버트럭을 출시했다. 현재 출시되는 차량에는 테슬라가 자체 생산한 4680 배터리가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4680은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가 자체 생산하는 배터리의 양품 비율, 즉 수율이 낮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LG에너지솔루션에 4680 배터리 공급 시기를 최대한 당겨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LG는 가능 여부를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에서는 7월 생산 가능성도 따져본 것으로 전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우선 1개 라인에서 4680 배터리 생산을 시작하고 생산라인을 추가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오창 공장은 가장 최신 기술과 설비가 적용된 '마더팹'이다.
구체적인 생산능력(CAPA)은 확인되지 않았다. 단, LG에너지솔루션이 출하를 시작하게 되면 테슬라 4680 배터리 수급에 상당한 기여가 예상된다.
◇벤츠·리비안도 눈독…LG엔솔 차세대 원통형 시장 선점 주목
LG에너지솔루션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에는 테슬라 외에도 다수의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리비안, 메르세데스벤츠 등이 LG에너지솔루션과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공급 계약을 논의 중이다.
다른 완성차 업체는 규격에서 소폭 차이가 날 전망이다. 지름을 46㎜로 유지하지만 높이를 다양화한 4695(지름 46㎜·높이 95㎜), 46120(지름 46㎜·높이 120㎜) 등이 논의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를 통칭해 '46시리즈'라고 부르고 있다.
추가 계약들이 이뤄질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의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생산 규모는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테슬라 외 다른 고객사와 공급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으며, 한국 외 생산에 대한 질문에는 “여러가지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과 미국에서 46 시리즈를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당초 난징 공장은 2170 배터리 생산거점으로 활용할 방침이었지만 차세대 제품에 대한 시장 요구가 커지면서 2170 생산규모를 조정하는 대신 46시리즈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서 2170 배터리를 생산하려던 계획 역시 46시리즈로 전환한 바 있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 중에서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양산일정을 확정한 건 LG에너지솔루션이 처음이다. 삼성SDI는 46파이로 이름 붙인 원통형 배터리 양산을 준비 중이며, SK온은 최근 들어서야 원통형 배터리 개발에 착수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테슬라에 이어 다른 완성차 업체에도 공급을 늘려간다면 차세대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는 기회를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 최대 배터리 협력사인 파나소닉은 당초 2023 회계연도(2023년 4월부터 2024년 3월)에 4680 배터리를 대량 생산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를 2024년 회계연도 상반기(2024년 4월부터 2024년 9월)로 연기한 바 있다. 계획대로라면 파나소닉도 늦어도 올해 하반기 4680 배터리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 물량을 놓고 LG에너지솔루션과 파나소닉의 한일 대결도 관심이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