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초유의 2월 정기인사는 이재현 CJ 회장의 장고 끝에 쇄신보다는 안정에 초점이 맞춰져 소폭으로 이뤄졌다. 성과에 대한 보상은 명확히 하면서 주요 계열사 임원들에게 이 회장이 다시 한 번 믿음을 보낸 것이라는 평가다.
이번 CJ그룹 정기 임원 인사는 검증된 임원을 필요한 자리에 임명하며 교체를 최대한 줄이고 주요 계열사 대표를 대부분 유임했다. 승진자 역시 실적이 나온 임원에 한해 최소 한도로 이뤄졌다.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4년 만에 CJ제일제당으로 복귀한 강신호 대표에게는 '위기극복'이라는 큰 숙제가 부여됐다. CJ그룹에서 공채 출신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J제일제당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4.7% 감소한 17조8904억원, 영업이익은 35.4% 줄어든 8195억원을 기록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식품사업부문 실적은 성장세를 보였지만 바이오사업부문이 고전하면서 전반적으로 실적이 악화됐다.
강 대표는 CJ그룹 전반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실적 개선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CJ제일제당의 근간인 식품사업부문을 강화하고 매출이 증가세에 있는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CJ대한통운 대표이사 자리에는 신영수 CJ대한통운 한국사업부문 대표가 취임한다. 신 대표도 CJ제일제당에서 본부장을 지내는 등 이재현 회장이 오랫동안 경영 능력을 지켜본 사람중 한 명이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매출 11조7679억원, 영업이익 4802억원으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다. 따라서 실적을 유지하면서 조직을 안정시킬 수 있는 인물로 신 대표를 발탁한 것으로 해석된다. 신 대표는 택배 사업을 맡아 CJ대한통운의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택배노조 및 택배기사들과의 분쟁 해소에 앞장섰다. 이달 초에는 한국통합물류협회 9대 회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신 대표가 택배 노조 등과 갈등을 어떻게 봉합할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다. CJ대한통운은 택배 노조와 단체교섭를 두고 대립각을 보이고 있다. 신 대표는 과거 택배 노조와 관련해 강경 입장을 고수한 바 있어, 신 대표 체제 CJ대한통운이 택배 노조에 물러설 조짐은 없어 보인다.
그외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 정성필 CJ프레시웨이 대표, 김찬호 CJ푸드빌 대표, 구창근 CJ ENM 대표, 허민회 CJ CGV 대표는 유임됐다.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도 있지만 일부는 4분기 들어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CJ의 '온리원' 비전을 실현하려면 경영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 내실을 다지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CJ그룹의 미래 성장을 이끌어갈 신임 경영리더에는 19명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 1월 이 회장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성과를 격려한 CJ대한통운과 CJ올리브영에서 각각 6명, 4명이 나왔다. 이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은 이번 인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