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의 단체 사직서 제출 등 집단행동이 현실화되면서 일선 병원들도 초비상이 걸렸다. 수술·입원을 다급히 줄이고 있지만, 중증환자 수술까지 연이어 취소되는 등 '의료 공백'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수도권 '빅5' 병원을 중심으로 수술 축소, 당직근무 조정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이들 병원 전공의는 이날까지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 이후 근무를 중단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세브란스병원 전공의들은 빅5 병원 중 가장 먼저 전 인원 사직서 제출을 완료했다. 20일부터 600명이 넘는 인원이 한꺼번에 병원을 떠나게 됨에 따라 수술 계획을 평소 대비 절반 수준으로 잡고 있다. 소아청소년과 등 일부 진료과 전공의는 하루 앞서 이날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역시 전공의 일괄 사직에 따라 20일부터는 응급수술만 진행키로 했다.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 역시 중증도와 응급도에 따라 입원·수술을 선별해서 진행하고 있다. 전공의 공백을 대비해 응급실, 당직 근무 역시 전면 조정 중이다. 서울대병원은 환자에게 진료, 입원, 수술 등 의료 서비스 일정이 조정될 수도 있다는 내용을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진료과별로 상황에 따라 의료진이 수술, 입원 연기 조정을 진행 중”이라며 “당직 근무도 전공의 공백에 대비해 임상강사 등을 투입해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 고대구로병원, 중앙대병원, 가천대 길병원, 한림대성심병원 등도 상시 내부 회의를 열고 전공의 파업에 대비한 입원·수술 일정 조정 등을 논의 중이다.
전국 수련병원에서 근무 중인 전공의는 약 1만3000명이다. 응급 당직 핵심인 전공의들이 한꺼번에 진료 현장을 떠날 경우 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날부터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수술 취소 등 파업 후폭풍이 현실화되면서 중증 환자까지 치료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 암 환우 카페 '아름다운동행' 등에는 전공의 파업으로 수술·치료가 취소됐다는 글이 연이어 올라온다. 한 글쓴이는 “직장암으로 간까지 암이 전이된 상황인데 21일 수술이 파업으로 취소됐다고 연락왔다”면서 “수술을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건지 눈앞이 캄캄하다”고 불안해했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으로 '의료대란' 조짐을 보이면서 곳곳에서 의사단체를 비판하는 여론도 일고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대다수 국민이 의사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의협(대한의사협회)은 이조차 부정하고 있다”면서 “(전공의들이)장차 자신들이 개원할 때를 대비해 경쟁자를 줄여 더 많은 수익을 보장받기 위해 의대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것은 지지받기 어렵다”고 규탄했다.
지난 18일에는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가 “의대와 대학병원에 의사가 부족해서 응급환자를 못보고 어린이 환자를 돌려보내는 상황이다. 현실이 이런데 증원에 반대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