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완전적립식 ‘신연금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신(新)연금과 구(舊)연금으로 분리·운용하자는 취지다. 미래 세대가 기여한 보험료만큼의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확정기여형(DC형)으로 설계 재정안정성을 담보하고, 동일 연령(코호트) 내에서 소득 이전이 가능한 연금제도를 도입해 신연금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확보하자고 주장했다.
이강구·신승룡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국민연금 구조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현 국민연금 제도가 유지된다면, 적립기금은 작년 1015조원(GDP의 44.8%)에서 2039년에 최대 규모인 1972조원에 도달한 이후 점차 감소해 2054년에는 소진될 전망이다.
이강구 연구위원은 “현재 운용방식을 유지하는 한 보험료율을 9%에서 18%로 인상할 경우에도 2080년경에는 결국 전체 적립금이 소진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미래 세대의 희생을 요구하지 않기 위해서는 ‘기대수익비 1'의 완전적립식 ‘신연금'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대수익비 1 이상이면 가입자가 납부한 보험료와 이를 적립한 기금의 기대운용수익의 합에 비해 사망 시까지 받을 것으로 약속된 총급여액이 많다는 것이다. 한국은 합계출산율이 매우 낮아져서 기대수익비를 1 부근으로 유지하기 어려워 연금개혁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완전적립식 신연금은 15.5%의 보험료율로 2006년생부터 현행 평균 연금 급여 수준을 보장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구연금과 신연금이 병존해 출생연도에 따라 기대수익비가 점진적으로 하락하다가 2006년생부터 1로 수렴할 것으로 예측된다.
연구진은 급여 산정 방식을 확정급여형(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하고, CCDC(Cohort Collective Defined Contribution)형 연금제도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이 위원은 “개인계좌제와 달리 연령군에 대해 DC형 연금을 적용하면 소득재분배 기능을 탑재할 수 있다”면서 “코호트 내에서 소득 이전이 가능한 CCDC형을 도입하자”고 강조했다.
다만, 연구진은 신연금 도입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609조원(GDP의 26.9%) 내외로 추정되는 구연금의 미적립 충당금을 일반재정이 보장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신연금에 그 부담이 전가될지 모른다는 미래 세대의 불안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 위원은 “이른 시점에 빠른 속도로 일반재정을 투입해야만 재정부담의 명목가치가 최소화되므로, 구연금 기금이 소진되기 전에 재정투입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완전적립식의 신연금 도입 개혁이 5년 지체될 경우 일반재정이 부담해야 할 미적립 충당금은 260조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지적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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