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대학 정시모집에서 대기업 계약학과에 합격하고도 등록하지 않은 학생이 속출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삼성전자 계약학과인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정시모집 결과 모집인원 25명에 추가합격자를 포함한 55명(220.0%)이 등록을 포기했다. 지난해 등록 포기율(130.0%)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연세대 컴퓨터과학과도 35명 모집에 64명이 미등록해 미등록률이 182.9%를 기록했다. 이 역시 지난해(120.6%)보다 높아진 것이며, 디스플레이융합공학 역시 미등록률이 85.7%로 전년(81.8%)보다 상승했다.
고려대의 경우 SK하이닉스 계약학과인 반도체공학과가 10명 모집에 10명이 등록을 포기(미등록률 100%)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계약학과인 고려대 차세대통신학과의 미등록률은 140.0%(지난해 50.0%), 현대자동차 계약학과인 고려대 스마트모빌리티학부 미등록률은 105.0%(지난해 50.0%)로 모두 전년 대비 상승했다.
이는 최초합격자와 추가합격자 일부가 중복합격으로 의대, 서울대 등으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종로학원은 “이공계 상위권 학과 이탈이 늘어났고, 의대와 서울대 등으로 연쇄 이동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계약학과는 기업이 인력을 수혈 받기 위해 학교와 만든 학과다. 이 학과에 진학한 학생은 취업을 보장받는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채용을 담보해도 학생들이 의대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얘기다.
의대광풍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심각성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이다. 사람이 없고, 기피하는 데 산업경쟁력이 제대로 갖춰질 수 있겠는가.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근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 등 6대 첨단산업에서 한국의 점유율이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수년간 1위를 유지한 반면 한국은 2018년 2위에서 2022년 5위로 밀려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선택을 강요할 수 없다. 그러나 의대쏠림은 손놓고 있을 문제가 아니다. 가뜩이나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성장엔진이 식어가고 있다. 의대에 인재들이 몰리는 건 직업 안정성이 높고 장래성도 보장 받기 때문이다. 남보다 더 큰 보상을 받아서다.
능력에 걸맞는 대우 없이 산업계에 인재들이 오길 바라는 건 허황된 꿈이다. 파격적으로 대우하거나, 이도 안 되면 사회적으로 존중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이를 실현하기는 커녕 반대로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