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제조업체 리비안이 자체 배터리 생산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많은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 내재화를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나타난 사례다. 완성차 업체의 자체 배터리 기술 확보가 한계를 드러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리비안은 자체 배터리 생산을 포기하고, 장비 구매 해지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리비안은 미국 조지아주에 2025년 가동을 목표로 100기가와트시(GWh) 규모 배터리 공장을 구축할 준비를 해왔는데, 구매 계약을 취소하거나 입고된 장비를 되파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내 장비 업체 관계자는 “계약 해지를 놓고 양사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장비를 되사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리비안은 이같은 문제 때문에 최근 고위 관계자가 한국을 찾아 협력사들과 처리 방안을 협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비안은 지난해 12월 배터리 개발인력을 해고했다는 외신보도가 나오면서 이상기류가 감지됐는데, 장비 매각까지 나서 완전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리비안 본사는 사업 철회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정확히 답변하지 않았다.
리비안이 내재화 계획을 포기한 것은 배터리 생산이 어렵고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리비안은 2009년 설립된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이다. 아마존과 포드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면서 '제2의 테슬라', '테슬라 대항마'로 주목받았다. 회사는 2021년 전기 픽업트럭 'R1T'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R1S'를 출시했다.
리비안의 결정은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산업의 진입장벽이 상당하다는 걸 보여줘 주목된다. 현대자동차, 테슬라, GM 등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해 자체 배터리 개발에 착수하거나 양산을 추진해 왔다. 전기차의 성능과 가격을 결정하는 핵심 부품이 배터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테슬라가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4680)을 제안하고도 생산에 난항을 겪고 있고, 리비안이 포기한 배경처럼 배터리 전문 업체를 뛰어 넘기 위해서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철회 사례가 이어질지 관심이다.
배터리 업계는 연간 50GWh(기가와트시) 이상 생산하면 손익분기점을 넘으면서 원가절감 효과가 발생한다고 본다. 50GWh는 전기차 약 10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최소 투자금이 5조원 이상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회사의 자체 전기차 물량 만으로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힘들고 생산 노하우를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면서 “배터리 제조사들과 단가 협상을 위한 카드 이상으로 활용되기는 힘들다”고 주장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