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약품 시장, '엔데믹'에 성장 주춤…해외사업 '사활'

국내 의약품 경상금액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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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효과'로 승승장구 하던 국내 의약품 시장이 지난해 성장세가 멈췄다. '위드 코로나' 진입과 함께 정부의 지속적인 약가 인하 압박 영향으로 분석된다. 내수시장 저성장 기조가 재현될 조짐을 보이면서 업계는 해외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의약품 경상금액(판매금액)은 29조3772억원을 기록, 2022년 29조3479억원 대비 293억원(0.009%) 늘어나는데 그쳤다. 소폭 성장했지만 사실상 정체에 가깝다.

최근 국내 의약품 시장은 연평균 4~5%대 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연평균 성장률에도 못 미친 데 이어 코로나19 유행 이후 가장 부진했다.

코로나19 유행 첫해인 2020년 국내에서 판매된 의약품은 총 22조9808억원을 기록했고, 2021년에는 전년 대비 6% 가량 성장한 24조3807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2022년에는 전년보다 20.3%나 성장한 29조3479억원까지 뛰며 30조원 돌파 기대까지 갖게 했다.

지난해 시장이 정체된 것은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코로나 특수'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백신, 감기약 등 코로나19 관련 의약품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게 직격탄이 됐다.

코로나19 유행 기간 동안 정부의 약가 안정화 정책이 지난해 효과를 거둔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유행이 발발하면서 국민 약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강도 높은 안정화 정책을 펼쳐왔다. 지난해 9월에도 재평가 대상 제네릭 의약품 1만6723개 품목 중 9048개는 상한금액을 유지했고, 7675개는 인하했다.

올해 국내 의약품 시장도 지난해와 비슷한 구조가 될 전망이다. 정부가 지속가능한 건강보험 정책을 위한 핵심 요소로 '약가 인하'를 내세우고 있고, 엔데믹에 따른 의약품 수요는 코로나19 유행 당시에 한참 못 미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약업계도 내수에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 시장 규모가 가장 큰 전문의약품 시장에서도 제네릭 의약품 중심으로 약가 인하가 이어져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코로나19 환자는 물론 독감 등 감염병 환자가 늘고 있지만 이미 성숙된 시장인 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제약 업계는 올해 최대 화두로 '해외진출'을 꼽고, 제한된 내수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을 모색 중이다. 제약·바이오 시장을 이끌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도 해외 시장 개척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썼다. 제약업계에서도 유한양행, 종근당 등 지난해 최고 실적을 쓴 기업 역시 해외에 기술수출한 성과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국내 시장은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이 지속됨에 따라 의약품 수요는 늘더라도 매출 기준 시장 규모는 큰 폭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제약 업계가 내수 한계 극복을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으며, 올해는 글로벌 임상 고도화와 함께 기술수출을 실적 개선 열쇠로 꼽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