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미국 등 해외 의존도가 높았던 소재를 국산화하고, 고객이 필요한 소재를 선제적으로 제안하는 회사가 될 것입니다.”
이성재 엠에이치디 대표는 국내 반도체 소재 분야에서 주목할 성과를 내고 있다. SK하이닉스에서 노광공정 기술을 연구했던 전문성을 바탕으로 2022년 불화아르곤(ArF)용 실리콘 반사방지막을 양산 공정에 적용한 데 이어, 최근에는 극자외선(EUV) 노광공정 수율 개선과 노광장비 생산성을 높여주는 EUV 하부막 시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반도체 노광은 광원에 따라 ArF, KrF, EUV 등으로 나뉜다. ArF는 현재 널리 사용 중인 기술이며, EUV는 10나노미터(㎚) 이하 초미세 회로 구현에 필수적인 차세대 기술이다. 2019년 설립된 스타트업이 반도체 소재를 개발하고, 나아가 양산 공정에 진입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대표는 “SK하이닉스 사내벤처로 사업을 시작했기에 EUV 노광장비 등 인프라 접근성이 좋았던 게 개발에 큰 도움이 된 것 같다”며 “EUV 하부막은 고객사와 동등성 평가를 진행 중인 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EUV 하부막은 EUV 포토레지스트(PR) 아래 위치해 PR를 단단히 지탱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EUV는 얇은 미세회로 패턴을 새길 수 있으나, 현상 과정에서 패턴이 무너지거나 서로 달라 붙을 우려가 있다. 이를 방지하는 게 EUV 하부막이다. 이 밖에도 패터닝에 필요한 자외선량을 줄여 공정 시간을 단축, 노광장비의 생산성 향상을 돕는 역할을 한다. 하부막은 D램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낸드 플래시에도 향후 적용이 예상되는 소재다.
이 대표는 “EUV 하부막 요구 사항 중 에너지(DtS·Dose to Size) 감소와 빠른 식각 성능은 일반적으로 반비례 관계인데, 개발 제품은 신규 화합물 구조로 두 성능을 모두 개선한 제품”이라며 “불화크립톤(KrF) 네거티브 PR는 성능 동등성 평가 중이고, i-line PR용 첨가제는 양산 평가 막바지 단계에 있다”고 소개했다.
KrF는 현재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노광 기술이다. D램, 낸드플래시, 시스템 반도체, CMOS 이미지 센서(CIS) 등에서 모두 사용되고 있다.
평가 중인 엠에이치디 네거티브 PR는 포지티브 PR 대비 소재 비용이 저렴하고 패턴 형성 부분이 단단하기에 식각 공정에서도 유리하다. 네거티브 PR는 일본과 미국 소재 업체가 독점 공급해 국산화 성공 시 수입 대체가 기대된다.
i-line PR용 첨가제는 노광에 필요한 에너지를 줄이고, 현상 공정 시 용해도 향상으로 잔여물을 방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첨가제는 일본 원소재 업체에 의존하는 게 일반적이나 엠에이치디가 고객사와 협업해 개발에 성공했다.
이 대표는 “고객 관점에서 어떻게 하면 기존 공정을 단순화해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지 늘 고민한다”며 “연구개발 기업을 지향하기 때문에 인력을 충원해서 개발 역량을 더 강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