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직접 초음속 핵 전략폭격기에 탑승하는 모습을 공개하며 서방에 핵 전력을 과시했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푸틴 대통령이 모스크바 동쪽 카잔에 있는 비행장 활주로에서 초음속 장거리 전략폭격기인 투폴레프(Tu)-160M에 직접 탑승하고 약 30분간 비행했다.
전날, 항공기 공장 시찰 현장에서 전폭기에 탑승한 모습을 보이더니 바로 다음날 비행까지 직접 나선 것이다.
또한 현장에는 러시아 국영방송 등 현지 언론은 불러 공항에 등장하는 순간부터 핵 전폭기에 탑승하하고 비행하는 모든 과정을 밀착 취재·보도하도록 했다.
크렘린궁은 텔레그램을 통해 푸틴 대통령이 헬멧과 비행복을 입고 부조종사 자리에 앉아 조종에 참여하는 모습과 전폭기가 활주로를 달리는 외부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비행을 마친 푸틴 대통령은 언론에서 “Tu-160M는 매우 신뢰할 만하다”며 “새로운 세대의 항공기로서 군사적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고 극찬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의 비행은 전날 결정됐으며, 전략폭격기에 탑승해 어느 경로로 비행했는지는 군사 기밀”이라고 밝혔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야권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둘러싼 의혹이 커지자, 핵 전폭기 직접 탑승해 서방에 강경 메시지를 보내고 이를 통해 이미지를 쇄신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Tu-160M은 1980년대 전폭기 Tu-160에 새로운 엔진과 항전기를 장착한 현대화된 버전이다. Tu-160은 당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으로부터 '블랙잭'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기체 전체가 흰색으로 도색돼 '백조'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탑승한 Tu-160M은 지난 2022년 1월 최초로 시험 비행한 신형 전폭기다. 초음속 군용기 가운데 가장 크고 무거운 기체를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최대 시속 2200km까지 비행이 가능한 세계에서 가장 빠른 미사일 탑재 폭격기다.
재급유 없이도 한 번에 7500마일(1만 2070km)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이 전폭기는 순항미사일이나 단거리 핵미사일을 최대 12발까지 탑재할 수 있다. 러시아와 서방 국가 사이에 핵전쟁이 발발할 경우 장거리에서 핵무기를 실어나를 무기로 꼽힌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안보리 부의장은 “서방 지도자들은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지만, 러시아는 분명 핵전쟁을 시작할 수 있다”며 “이것은 불행하게도 실제 위협이며, 모든 인류가 직면한 위협이다”라고 거듭 위협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