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일본 닛케이지수가 3만9089.68를 기록하며 34년만에 기존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 1989년 12월 29일 버블 경제 정점에서 기록한 닛케이지수 3만8915.87을 34년 2개월 만에 회복한 것이다.
이처럼 34년만에 지수기록을 갈아치운 것은 일본 증시에 엔저에 따른 외국인 투자 증가가 크게 기여했다. 실제 일본 증시 외국인 투자비중은 1985년 7% 수준에서 최근 30%대로 괄목할 만하게 늘었다.
이처럼 외국인 투자비중이 늘어난 것은 엔화 약세로 수출기업의 실적이 좋아진 데다 일본과 대만 반도체 동맹의 상징인 TSMC 구마모토 공장 준공을 중심으로 반도체산업이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됐다.
여기에 전문가들은 '기업가 정신' 회복과 일본 정부의 정책을 꼽는다.
대표적인 것이 TSMC가 일본 구마모토에 반도체 제조공장을 준공한 것이다. 착공부터 준공까지 단 22개월이 걸렸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수인 클린룸만 4만5000㎡로 일본 프로야구 경기장 도쿄돔 면적과 맞먹는다. 일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속에 365일 24시간 공사를 진행했다. 그야말로 전례를 찾기 힘들게 공격적인 인적·물적 투자가 이뤄졌다.
투자에 소극적이던 일본 기업도 점차 투자를 늘리는 추세다. 일본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 한때 90조엔을 넘은 일본 기업 연간 설비투자액은 2000년대 들어 70조~80조엔으로 줄었다가 2020년 이후 증가세로 돌아서 지난해 처음 100조엔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잃어버린 30년 회복에 일본 기업의 투자가 적극적인 역할에 나선 것이다.
정부와 도코증권거래소의 기업가치 제고 정책도 한몫했다. 지난해부터 도쿄증권거래소는 주가산자산비율(PBR)이 1배를 넘지 않는 기업에 기업 가치 제고계획을 세우라고 요구했고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으로 화답했다.
일본 정부의 행보에 비하면 한국 정부는 총선을 앞두고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경제 발목을 잡는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놓고선 국회를 설득하지 못했고 용인반도체 클러스터를 놓고는 각종 변수로 인해 3년가량 지연된 상황이다. TSMC의 구마모토 공장이 계획발표 6개월 만에 착공한 것과 대비된다. 국내 증시 역시 마이너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이슈가 재부각된 것과도 대비된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도 26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한다. 이번 정부 발표를 계기로 기업이 한 몸으로 움직여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단계 시장 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