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에 못미친 '밸류업' 인센티브…차익매물 출회에 코스피 하락세

26일 공개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시장 반응은 냉담하다. 시장이 당초 기대했던 수준의 부양책이 담기지 않았을 뿐 아니라 세제 혜택이나 강제성 부여 등 핵심 사안이 빠져 있어서다. 실제 이날 대책 공개 안팎으로 그간 급등세를 보였던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은 일제히 급락했다. 외국인도 차익 실현 매물을 던졌다.

26일 오전 11시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19.88포인트(0.75%) 하락한 2647.82에 거래되고 있다. 2657.35에 개장한 지수는 밸류업 지원방안 발표 이후 2630~2640선에 머무르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814억원, 624억원을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특히 보험, 은행, 지주사, 자동차 등 대표적 저PBR 종목으로 분류되며 수급이 크게 쏠렸던 종목은 장 초반 5% 이상 급락하며 흔들렸다.

증권가 안팎에서는 최근의 상승세를 유지할 만큼의 유인책이 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 한국투자증권은 대책 발표를 앞둔 이날 오전 '개봉박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보고서를 통해 “세부안 중 가장 중점적으로 볼 부분은 금융당국이 상장기업에 저평가 해소를 위한 정책을 강제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짚으면서 대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질 것을 우려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한달 간 코스피는 이익 전망이나 할인율 변화 등 펀더멘털 요인과 무관하게 움직였다. 오히려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가 증시를 움직이는 재료로 작용했다”며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방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실망심리가 빠르게 확산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의 실망감에 금융당국은 기업가체 제고는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우리 증시도 정부의 정책적 노력과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더해진다면, 지난 2021년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3300포인트를 넘어 '코리아 프리미엄'을 인정받는 시장으로 탈바꿈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정책 당국의 노력만으로는 해소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자본시장 참여자는 결국 총선 이후 5월에 발표할 가이드라인의 세부안과 세제 혜택 수준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패를 가늠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배당 확대 기업에 대한 법인세 혜택과 배당 자체에 대한 세금감면 등을 강하게 요구하는 분위기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