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력만 보고 투자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성과를 내는 중기나 후기 기업에 투자하려는 성향이 짙습니다. 자연스럽게 스타트업이 투자받기는 더 어려졌습니다. ”
한 스타트업 대표의 말이다.
벤처투자 혹한기란 말은 이미 익숙해진 지 오래다. 벤처투자 시장은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개선될 조짐도 뚜렷하지 않다. 공무원들이나 VC업계 모두 “차츰 개선될 것이다”라고 전망하지만, 뚜렷한 근거는 구체적이지 않은 게 사실이다.
수치로도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해 기준 국내 벤처투자액은 전년 대비 12% 감소했다. 투자는 회수가 쉬운 후기 벤처기업에 집중됐다. 초기·중기 벤처투자는 전년 대비 20%, 28%가 각각 감소했다.
정책은 변화무쌍한 시장 흐름에 대응하지 못했다. 정부가 코로나19 시기 민간에 넘쳐나는 유동성을 벤처투자에 흘러갈 수 있도록 했지만, 고물가·고금리·고유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상황이 급변했다.
지난해 정부 주도 정책금융의 전체 규모는 전년 대비 33.2%포인트(P) 줄었다. 이 기간 민간 부분 감소는 -26.5%P보다 더 컸다. 벤처업계는 정부 벤처육성 전략이 실패했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왔다.
올해 들어 정부가 모태펀드를 기반으로 벤처투자를 강화하면서 기대가 나온다. 경색한 벤처투자 시장이 활성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정부는 1조6000억원 규모 벤처펀드 자금을 조성하는 모태펀드 출자사업을 1분기 내 신속 추진해 마중물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민간 자금이 벤처투자 시장으로 유입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접근이다.
벤처·스타트업은 국내 산업의 근간으로 점차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로 나가려는 벤처기업도 늘고 있다. 다만 이들에 대한 투자 없이 성장하기는 어렵다. 장기적으로 성장할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 이번 움직임이 다시 '벤처투자의 봄'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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