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펠리클 개발 기업들이 양산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펠리클은 반도체 초미세 회로를 새기는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에 쓰이는 주요 부품으로, 선제적인 생산 능력 확보로 임박한 시장 수요에 대응하려는 포석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에스앤에스텍은 7월까지, 에프에스티는 8월까지 EUV 펠리클 양산 설비를 확보할 방침이다.
두 회사는 그동안 삼성전자로부터 각각 지분 투자를 받아 EUV 펠리클 국산화를 추진해왔다. 에스앤에스텍은 연내 완공하는 경기도 용인공장에서 EUV 펠리클을 양산할 예정이고, 에프에스티는 올 하반기 양산을 위한 구체적 설비투자 계획을 발표한다.
펠리클은 반도체 회로 패턴이 그려진 포토마스크에 이물이 묻지 않도록 해 손상을 방지한다. EUV 공정에는 포토마스크 한장이 수억원에 달하는 만큼, 펠리클로 포토마스크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반도체 생산 원가를 줄이기 위해서다.
EUV 펠리클은 심자외선(DUV) 대비 강력한 노광 출력을 견딜 내구성을 갖춰야 하고, 90% 이상의 투과율 확보해 웨이퍼에 도달하는 에너지 손실이 최소화해야 한다.
두 업체는 투과율 90% 이상으로 400와트(W) 출력을 견디는 1세대 EUV 펠리클 개발을 완료했다. 현재 차세대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2세대 제품은 2025년 이후 2나노(㎚) 공정에서 사용될 '하이 NA' EUV 장비 출력을 견딜 수 있는 수준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이들 업체의 설비 투자 행보는 EUV 펠리클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는 EUV 펠리클 수요가 많지 않았다. TSMC는 일찌감치 EUV 펠리클을 도입했지만 자체 제작과 외산 제품을 활용하고, 삼성전자는 EUV 펠리클 도입에 신중한 자세를 보여 국내 기업에는 공급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현재 EUV 공정 라인을 포함, 하이 NA EUV 장비를 활용하기 전에 펠리클을 도입하는 것으로 전향적 자세를 보이면서 대규모 수요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EUV 공정에서는 단일 칩 크기가 클수록 수율 저하가 심하다. EUV 펠리클을 사용하면 이를 방지할 수 있어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 인공지능(AI) 반도체가 대표적으로, 단일 칩 면적이 큰 '빅칩' 시장이 커지면서 EUV 펠리클의 이점도 부각될 수 있다. 최근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AI 반도체 팹리스를 잇따라 고객으로 확보한 것도 EUV 펠리클 도입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 H100·A100과 같은 큰 칩을 생산하는 TSMC가 EUV 펠리클을 사용하는 건 그만큼 이점이 있기 때문”이라며 “AI 등 고성능컴퓨팅(HPC) 비중을 늘리려는 삼성전자도 EUV 펠리클 도입으로 비용 효율성을 높이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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