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는 지자체의 지역대학에 대한 책무성을 강화할 것을 국정과제로 설정했다. 이를 통해 지역에 적합한 지역인재의 양성, 취·창업, 정주체계 구축, 지역대학 중심 산학협력 강화를 선언한 바 있다. 이러한 기조의 일환으로 교육부는 2023년부터 7개 시도(경남, 경북, 대구, 부산, 전남, 전북, 충북)에서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라이즈)'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시범운영을 거쳐 2025년부터 전국 17개 시·도가 국고지원을 받을 대학을 정하게 된다.
라이즈 사업은 지자체가 직접 지역대학을 지원함으로써 지역혁신, 산학협력, 직업.평생교육을 통한 지역발전을 목적으로 한다. 기존의 대학 재정지원사업인 RIS(지역혁신), LINC 3.0(산학협력), LiFE(대학평생교육), HiVE(전문대직업교육) 등도 라이즈로 통합할 예정이다. 이들 사업의 추진체계 변화에 따라 사업운영과 성과평가도 달라질 것이다. 지역마다 단체장의 관심에 따라 성과평가 기준도 달라질 수 있으나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결국 지역대학은 그동안 교육부 눈치보기에서 이제 지자체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대부분의 한국 대학은 재정이 그리 넉넉하지 않다. 그래서 정부의 재정지원에 많이 의존한다. 정부가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아야 재정지원을 받는데 어려움이 없다. 이제 그 대상이 중앙정부인 교육부에서 지자체로 바뀌는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지자체마다 대학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다르고 지역의 산업과 일자리 여건도 차이가 있어 라이즈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라이즈 사업 추진을 위한 성과평가 기준도 모호하고 지역마다 추진주체인 라이즈센터도 법적지위와 형태, 전문성이 모두 상이하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나 영국의 THE대학평가와 같은 대학평가기관에서 발표하는 한국 대학의 순위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우리의 대학이 점점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의미이므로 대학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국가차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자체와 대학이 상생발전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명제다. 다만 일자리를 중심으로 모든 것이 수도권으로만 집중되는 추세 속에서 지역과 지역대학은 라이즈 사업으로 극복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는 수도권 대학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라이즈 사업을 어떻게 설계하고 추진할 것인가가 현시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대학 현장에서는 학령인구의 감소에 더해 수도권으로의 쏠림으로 입학자원 확보가 핵심 화두다. 해외사례를 볼 때 인구감소 시대에 지역발전의 핵심이 되어야 하는 곳은 대학이다. 대학이 지역혁신의 주체로서 지자체와 산업체를 선도해야 한다. 지역에서 대학이 사라지고 경쟁력을 잃어버리면 지역도 함께 활기를 잃어갈 수 밖에 없다.
이제 지역과 대학이 머리를 맞대고 라이즈 사업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라이즈사업의 핵심기능을 수행해야 하는 지역별 라이즈센터는 지역과 대학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 라이즈센터가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결국 지역대학을 대상으로 행정관리 기능만 수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자체가 대학지원에 전문성과 이해 부족으로 기존의 지방대학 지원사업 정도에 머무를 가능성도 우려된다는 지적도 많다. 라이즈센터의 독립법인화도 필요하고 중앙라이즈센터와 지역라이즈센터의 연계성 확보도 중요하다.
그동안 정권이나 자치단체장이 바뀌면 중앙정부와 지역차원에서 사업이 취소되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 라이즈는 한시적인 대학재정지원사업이 아닌 지역발전과 대학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발전모델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현수 순천향대학교 평생교육학부 교수 hskim5724@s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