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바이오 계열사가 국내 바이오 원부자재(소재·부품·장비) 기업을 대상으로 연구개발(R&D) 컨설팅부터 실제 도입까지 전사 차원에서 지원한다. 외산이 장악한 국내 시장에서 국산화 지원에 앞장서 후방산업 경쟁력 확보를 돕겠다는 계획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삼성 바이오 계열사는 국산 바이오 원부자재 테스트부터 도입까지 국내 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시장에서 외면받는 국산 원부자재를 '삼성 바이오'가 보증하면서 국내 기업 레퍼런스 확보에 물꼬를 터주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 소부장 테스트 프로그램'을 시행, 최근까지 총 18개 바이오 원부자재 테스트를 완료했다. 2022년 5월 첫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국내 바이오 소부장 기업 제품과 시제품을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무상으로 테스트한 뒤 상업화를 위한 피드백을 준다. 단순히 사용 후기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기술적으로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컨설팅을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현재까지 30개 이상 제품이 테스트를 신청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테스트한 18개 제품은 세포주, 배양공정, 정제공정, 품질관리(QC) 등 영역으로 나눠 다양한 평가를 받았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업체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제공한 배양공정 생장, 순도, 대사 등 상세 실험 데이터를 활용해 제품 고도화에 성공하는 등 성과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 프로그램을 통해 삼성바이오에피스도 국산 제품에 대한 정보를 꾸준히 확보, 추후 제품 대체에 따른 비용 효과 등을 검토할 수 있게 됐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국산 바이오 소부장 업체들은 자체 테스트로 발견하지 못한 보완점들을 우리와 협업해 발견하는 등 사업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면서 “한국바이오협회와 함께 소부장 기업 대상 컨설팅도 진행해 국내 소부장 산업 경쟁력 강화와 국산화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국산 바이오 원부자재 및 생산설비 도입을 지속 추진 중이다. 회사는 지난 2022년 준공한 제4공장 내 배양기를 국내 기업 제품으로 도입했다. 배양기는 살아있는 세포를 대규모로 증식하는 핵심 설비로,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공장 내 일부 배양기를 정현프랜트 제품으로 공급 받아 주목 받았다.
회사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준공하는 제5공장에도 국산 원부자재 도입을 추진 중이다. 국산 장비 대체 범위와 장비, 시기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바이오 의약품 등 전방산업 발전과 별개로 후방 영역인 국내 바이오 소부장 시장은 외산 제품 비중이 95%에 육박할 정도로 취약하다. 특히 국내 바이오 업체들은 국산 원부자재 신뢰성과 장비 교체 시 의약품 인허가도 새롭게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 등을 이유로 외산을 고집하는 상황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외산 장비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순차적으로 국산 장비 도입을 확대해 후방산업 육성에 보탬이 되겠다는 계획이다. 바이오 의약품 개발 성과를 좌우하는 원자재가 외산 독식이 될 경우 바이오 생태계 불균형은 물론 장기적으로 자원 안보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장비, 원부자재 국산화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도입을 검토 중”이라며 “K바이오 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