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주주환원을 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 주주 제안이 잇따를 전망이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은 물론 배당 확대 요구까지 상장사를 둘러싸고 다양한 쟁점이 쏟아질 전망이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에 따라 명분까지 확보한 만큼 행동주의 펀드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4일 '금호석유 주주제안 프레젠테이션 기자간담회'를 열고 주주제안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 차파트너스는 지난달 주주제안에서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 △자기주식 소각 관련 정관 변경 △자기주식 소각의 건 등 3가지를 제시했다. 사외이사로는 김경호 KB금융 이사회 의장을 추천했다.
차파트너스는 금호석유화학의 개인 최대주주인 박철완 전 상무와 손 잡은 행동주의 펀드다. 차파트너스는 금호석화 지분 0.03%를 확보한 뒤 박 전 상무로부터 권리를 위임받아 주주제안을 제기했다. 자사주 18.4%를 전량 소각하고,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를 선임하라는 것이 제안의 핵심이다. 김형균 차파트너스 스페셜시츄에이션본부장은 “경영권 분쟁은 과거부터 존재할지 모르나 저희는 그것과 무관하게 전체의 81%에 달하는 일반주주 입장에서 주주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KCGI자산운용도 움직이고 있다. 경영권 분쟁이 한창인 고려아연과 영풍의 싸움에서 대주주인 영풍에 손을 들어주기로 했다. KCGI자산운용은 주주환원율과 자기자본이익률(ROE),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이 기준에 미달하는 기업의 주총 안건에 반대 의사를 행사하는 의결권 행사 세부 기준을 마련했다. 이달 예정된 고려아연 주총은 KCGI운용의 새 기준이 적용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영풍의 표 대결 선언이 장씨 일가의 고려아연 지분 늘리기 포석이라며 의혹을 제기하며 맞서고 있다.
다올투자증권 역시 주총에서 주주제안으로 인한 표 대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다올투자증권은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고 2대 주주인 김기영 프레스토투자자문 대표가 제안한 주주제안 관련 안건을 총회에 올렸다. 김 대표의 제안은 주주 관여 활동 보장을 위한 권고적 주주제안을 신설하고 이사의 수를 감축하는 등 정관 변경과 주주 추천 사외이사 선임, 최대주주 참여를 통한 유상증자 등이다. 다올투자증권은 김 대표 측의 제안 대부분에 반대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주총 시즌이 거세진 주주 행동주의의 위력을 실감하는 첫 해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주주환원을 촉구하는 방향으로 재차 확인되면서 최대주주가 아닌 일반주주와 이사회의 역할을 강화하는 주주제안이 큰 명분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 역시 차파트너스와 유사한 제안에 찬성 의사를 밝히는 등 기관투자자 역시 행동주의 펀드 움직임에 우호적이다.
주주제안에 나선 차파트너스 역시 “주주환원 요구라는 명분에 우호적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문제제기로 자사주가 소각되거나 뭔가 바뀌는 선례가 만들어진다면 다른 기업에도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