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람이 애플과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진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프로젝트를 취소, 귀추가 주목된다. 애플워치에 마이크로 LED를 탑재하려는 애플 계획의 지연 가능성과 함께 애플이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오스람은 최근 마이크로 LED 프로젝트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회사는 “마이크로 LED 전략, 특히 쿨림(말레이시아)의 새로운 8인치 LED 시설과 관련된 자산 사용을 재검토할 예정이다”고 발표했다.
오스람은 말레이시아 쿨림에 8억유로(1조1542억)를 투자해 8인치 웨이퍼 공장을 짓고 있었다. 업계에서는 이 투자가 애플, 특히 애플워치에 마이크로 LED를 공급하기 위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애플이 수년 전부터 마이크로 LED를 개발해왔기 때문에 칩 수급을 위해 오스람과 협력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오스람이 프로젝트를 취소하면서 애플워치용 마이크로 LED는 다시 안갯속으로 빠지게 됐다. 애플워치에 마이크로 LED가 탑재되는 것은 상당한 지연이 불가피한 것으로 분석된다.
마이크로 LED는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초소형 LED를 뜻한다. 이 칩을 화소(픽셀)로 써 사진이나 영상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다.
수 만개의 칩을 다뤄야 하기 때문에 마이크로 LED는 제조가 매우 까다롭고, 가격도 비싸다. 당초 기술 난도가 높아 상용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이 됐는데, 오스람이나 애플이 특정한 벽에 가로막힌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애플워치에는 당분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채택이 유지될 전망이다. 마이크로 LED 적용에 차질이 생긴 만큼 OLED 적용이 더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LG디스플레이의 수혜가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는 애플워치 OLED의 80% 가량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오스람이 철수를 선언했어도, 애플이 마이크로 LED 개발을 지속 추진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마이크로 LED 칩 수급처를 오스람에서 다른 업체로 바꿀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애플 특성상 마이크로 LED 칩 개발을 한 업체만 진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오스람 LED 칩 성능이 떨어져 교체됐을 수 있고, 애플은 마이크로 LED 분야에서 앞서 있는 대만이나 중국 쪽에 대체할 만한 업체를 이미 구했을 수 있다”고 풀이했다.
애플은 2014년 럭스뷰 인수를 시작으로 10년 넘게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개발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특히 마이크로 LED 칩을 배열하는 전사(트랜스퍼) 공정을 핵심으로 보고, 전사 기술 확보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한 디스플레이 업체에 전자 장비를 설치했으며, 회로를 만드는 백플레인 공정은 국내 기업이 담당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마이크로 LED는 무기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제품 수명에 강점이 있고, 휘도(밝기)와 소비전력도 OLED보다 우수하다. 야외 시인성이 뛰어나 스마트워치가 대표적인 적용 대상으로 꼽혔다. 시장조사업체 욜인텔리전스는 스마트워치용 마이크로 LED 패널이 올해 3만대에서 2030년 8300만대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