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흑인 유권자를 겨냥해 흑인들과 어깨동무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진을 만들어 온라인에 유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후보자가 경찰에 체포되는 부정적인 모습을 합성해 공격하는 수단뿐만 아니라 특정 유권자를 노리고 친근한 모습을 만들어내는 등 인공지능(AI) 정치권에서 이용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4일(현지시간) 영국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BBC 파노라마에 따르면, 미국 보수계 라디오 진행자 마크 케이는 생성형 AI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흑인 여성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유했다.
그는 “밖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사진을 찍은 것은 아니다, 나는 스토리텔러”라고 사진이 가짜임을 암시하면서도 “도널드 트럼프는 이 모든 아프리카계 미국인 유권자들과 함께 이 파티에 참석했다. 그들(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얼마나 트럼프를 사랑하는지 보라”고 애매모호하게 말했다.
케이는 보수계 라디오 프로그램인 '마크케이쇼'의 진행자로, 인스타그램, 엑스(X · 옛 트위터) 등 SNS에서 100만명 이상 팔로워를 보유한 유명인사다.
그가 올린 사진에는 사람들의 피부가 과하게 빛나고 손가락이 짧거나 없는 등 AI 생성 이미지 특징이 뚜렷하다.
그는 BBC 질문에 해당 이미지가 자신의 팀이 만든 것이라고 인정했지만, 이를 선전전에 활용하는 것이라는 의혹에는 “투표가 AI 이미지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면 그것은 개인의 문제”라며 반박했다.
이 외에 주택 현관 앞에 젊은 흑인 남성들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앉아 함께 찍은 모습을 합성한 AI 이미지도 온라인에서 공유됐다. 해당 이미지는 조회수 130만건 이상을 기록했으며, 일부 네티즌들은 사진이 진짜라고 믿기도 했다고 BBC는 지적했다.
BBC는 해당 이미지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샤기'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전했다. BBC 측이 사진에 대해 묻는 질문에 샤기는 “(내 게시물은) 수천 명의 멋진 마음씨를 가진 크리스챤을 끌어들였다”고 답했으며, AI 이미지가 맞는지를 질문을 받자 BBC 계정을 차단했다.
정치매체 더 힐은 “AI의 발전은 곧, AI가 정치에서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치권에서 AI가 이용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에는 민주당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처음 치러지는 뉴햄프셔주의 유권자들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목소리로 합성된 로보콜을 받기도 했다. 해당 로보콜은 민주당 유권자들에게 “경선 투표에 참여하지 말라”고 권유했다.
지난해 3월에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경찰에 체포되고, 교도소 수감돼 죄수복을 입은 모습 등을 묘사한 AI 이미지가 나돌기도 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