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세계 어느 국가보다 빠르게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2019년 통계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고령화 인구 구성비 추이는 2020년 중반부터 세계 추이의 2배 이상에 이르러 2040년 3배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하면 '초고령사회'로 분류되는 데 초고령사회로 진입이 목전에 있는 것이다. 통상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 사회·경제적으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는 데 특히 국민에게 영향을 바로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가 바로 '대중교통'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시 택시기사 50.39%가 65세 이상인 고령 인구이며, 개인택시 기사의 평균연령이 64.6세, 법인택시 기사의 평균연령이 63.1세다. 전국 통계로 확대하면 65세 이상인 기사가 45%(10만7947명)이며 특히 개인택시기사는 52%(8만4954명)에 이른다. 택시가 아닌 버스의 경우도 이러한 고령화 추세는 유사해, 버스는 있지만 운전기사 부족으로 운행되지 못하거나 노선이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충북의 경우 60대이상 기사 비율이 61.6%에 이르고, 80대도 4명이나 된다.
우리나라보다 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도 이러한 변화는 유사한 데, 후생노동성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택시기사 평균연령은 58.3세이고, 버스는 이미 기사 부족으로 노선 폐지가 잇따르고 있다. 후쿠오카에서는 32개 노선이 사라지거나 단축됐고, 나가사키와 오사카에서는 16개 노선 폐지가 진행 중이다.
이렇게 택시와 버스기사 고령화는 국민의 이동권 보장을 흔들며, 일상의 붕괴라는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이동권 문제를 위해 주목받고 있는 분야가 바로 '자율주행'이다. 미국 SAE 분류기준으로 레벨4 이상 자율주행 자동차에는 운전자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기사인력 급감이나 지역과 국가에 상관없이 대중교통을 운행할 수 있어 국민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유력한 미래기술로 대두되고 있다.
때문에 레벨4 자율주행차의 법규(안전기준)가 세계적으로 제정되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도 초고령사회 사회적 문제해결에 우선순위를 둔 국가들은 선제적으로 상용화에 앞장서고 있다.
독일은 2021년 세계 최초로 레벨4 자율주행차를 기업간거래(B2B) 할 수 있는 법안을 공포했는 데, 목적을 '대중교통'과 '물류'로 한정했다. 이어 일본은 2023년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대중교통'과 '물류'로 사용하는 경우 레벨4 자율주행차의 도로주행 제한을 해지했다. 우리나라도 올해 2월 자율주행차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부터 기업간 레벨4 자율주행차 거래가 가능하게 됐다. 이를 통해 레벨4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앞당기고 국민의 이동권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계도 이에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3월 발표된 글로벌 컨설팅펌인 가이드하우스 인사이트 글로벌 자율주행기술순위 15위 순위권 기업을 살펴보면 위라이드·죽스·뉴로·오토노머스에이투지 등 절반에 이르는 기업이 무인셔틀 플랫폼을 제작하고 있다.
물론 아직 논란은 남아있다. 자율주행차 안전기준이 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일반 국민의 운송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맞는지 사고 시 보험제도나 적절한 과실판단 정책은 마련됐는지 등 명확히 답변이 어려운 문제가 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처음 가보는 혁신의 길목에는 언제나 반복됐던 논란이다.
주요 운송 수단이 말이 끄는 '마차'에서 엔진이 있는 '내연기관 자동차'로 바뀌던 1865년 영국에서는 내연기관차를 규제하는 '붉은 깃발법'을 제정했다. 자동차는 도심에서 시속 3㎞ 이상으로 속도를 낼 수 없으며, 그 전방 50m 앞에 붉은 깃발을 든 사람 셋이 걸어가며 자동차가 온다는 것을 알리도록 해야 한다는 법이다. 혹자는 이를 '규제'라고 비판하지만 국민의 안전을 우선해야하는 국가에서는 이 세상에 처음으로 등장한 자동차를 상용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 대안이었을 것이다. 이후 기술 발전을 통해 내연기관차가 확산되고 자동차 산업이 성장하자 1890년대 폐지됐다.
역사는 반복되듯 지금의 시대도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율주행차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세상에 등장했고, 이것이 바로 고령화 시대로 진입하는 우리 사회에 이동의 자유를 보장할 유력한 대안이다. 즉, 궁극적으로 우리가 지켜내야 할 것은 규제가 아닌 '국민의 이동권'인 것이기에 시행착오를 거쳐서라도 자율주행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도전을 계속 나아가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운전면허를 취득한 운전자가 처음에는 미숙하게 도로를 주행하지만 주행거리가 늘어나면서 운전실력도 안정화된다. 운전자를 대신하는 자율주행차 또한 처음에는 서툴지만 보행자나 다른 차량의 돌발행동 등 일반 도로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엣지케이스를 학습하고 대응법을 개선해 가야 안정화될 수 있다. 따라서 제조사와 운행사라는 책임있는 주체가 명확한 대중교통은 자율주행차의 상용화과정에 거쳐야할 최적의 대안인 것이다.
요약하면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은 우리 사회가 나아가고 있는 자연스러운 흐름이고, 이에 야기될 다양한 사회, 경제적 문제 중 기사인력의 고령화 감소는 국민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반드시 해결되야할 과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자율주행차가 부각되지만 아직 안전기준도 제정되지 않아 실제 이용하는 일반 대중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 수용성 향상 절차는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이에 대중교통과 물류 분야를 자율주행차 첫 포문을 여는 영역으로 활용하는 것은 기술의 혁신과 사회적 혁신이 발맞추어 함께 나아가는 바람직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초고령화 사회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늙는 '웰에이징'은 시대의 화두이자, 모두의 바람이다. 이를 사회 전체의 관점에서 보면 구성원 모두가 나이가 들어도 기본권의 자유가 보장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사회적 웰에이징이 아닐까. 자율주행차가 이러한 사회적 웰이이징 수단으로 활용돼 '모빌리티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대변혁을 부드럽게 이끌어내길 기대한다.
한지형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대표 hjh@autoa2z.co.kr
〈필자〉한지형 대표는 국내 완성차 출신의 자동차 전문가다. 한 대표는 한양대 기계과에서 기초를 다지고 현대자동차 연구소에 입사했다. 현대차 미국 라스베이거스 최초 주·야간 자율주행, 서울·평창 자율주행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이후 오토노머스에이투지를 창업해 5년 만에 국내 1위, 세계 13위 독보적 성과를 창출했다. 현재 4차산업혁명위원회, 한국교통안전공단,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등에서도 모빌리티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모빌리티 산업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