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의 제안요청서(RFP) 법·제도 점검항목 반영률이 3년 연속 98% 이상을 기록했다. 그러나 SW 업계는 현실과 거리가 있는 수치라고 지적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429개 국가기관의 '2023년 공공 SW사업 RFP 법·제도 반영률'을 공개했다.
2015년부터 실시한 법·제도 반영률 점검은 공공 SW사업에서 SW 진흥법과 국가계약법 등에 따라 공공기관이 준수해야 하는 사항을 제안요청서(RFP)에 반영했는지 관리·감독해 공정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2021년 98.9%, 2022년 99.4%이던 반영률은 2023년 99.5%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RFP에 법·제도 항목 반영 비율이 사실상 100%가 된 것은 발주처의 SW 제도 인식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이는 사업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해도 RFP가 명확한 법적 기준으로 작동하게 하는 변화로 이어졌다.
그러나 SW 업계는 법·제도 반영률은 수치에 불과하며 무분별한 과업 추가, 낮은 원격지 개발 비율 등 실제 SW 사업 환경은 여전히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것이 과업심의위원회다. 법에 따라 과업심의위원회 구성과 개최가 90% 이상 지켜져도 불공정한 과업 추가 관행은 바뀌지 않고 있다. 과업심의위원회가 유명무실한 통과의례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중견 SW기업 관계자는 “과업심의위원회 개최는 자리잡았지만 실효성이 없다”며 “발주처는 법·제도를 지키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불공정하게 과업 변경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격지개발도 마찬가지다. SW 진흥법 49조는 '소프트웨어사업을 발주할 때 소프트웨어사업자가 사업수행 장소를 제안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실제 원격지개발 실행률은 22%에 불과하다. RFP 법·제도 반영률과 실제 사업 수행 사이에서 괴리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SW산업협회 관계자는 “법 조항을 살펴보면 SW 사업자가 사업수행 장소를 제안할 수 있도록 의무화했지만 결국 결정권은 발주기관장에게 있어 거절해도 무관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은 법·제도가 실효성을 거두기 위한 세부 장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강행 규정이 있는 반면 지키지 않아도 법 위반이 아닌 연성 규정이나 '노력해야 한다' 처럼 두리뭉실한 항목이 존재하는 것도 문제다.
SW 업계는 무분별한 과업 추가, 낮은 원격지개발 등 주요 이슈를 실질적으로 해소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세부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RFP를 하나하나 점검하고 법·제도를 이행할 수 있게 모니터링 해오면서 발주처 인식 전환에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라며 “법·제도 이행률 발표는 중간 점검 의미로 SW 업계가 지적하는 문제점들은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업 변경, 정당 대가 지급 등 SW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업심의위원회 세부 규정을 만드는 등 업계 의견을 반영해 제도 개선에도 힘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