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이 6일 개최한 'IT 메가비전 2024'에 참여한 4개 부처는 인공지능 대전환(AX)이 중요하다는데 공감하고, 규제 완화와 연구개발(R&D) 지원 확대 등 AI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국가적 노력 의지를 드러냈다. 우리나라 경제를 떠받치는 제조 산업에 AI를 융합,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등 조기에 AI 일상화를 이끌어 경제적 파급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범부처 “AX 규제 완화·AI 생태계 육성”
'AI 대전환을 위한 정부 역할과 정책방향'을 주제로 열린 정책 좌담회에는 임정욱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벤처혁신실장과 송상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관, 김준희 행정안전부 공공데이터국장, 박동일 산업통상자원부 제조산업정책관이 참석했다. 좌장은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이 맡았다.
장 원장은 “GPT-4 발표 이후 AI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기술 발전과 산업 적용이 가속하고 있다”면서 “AI와 같은 신기술이 산업에 뿌리내리는데 '규제가 발목을 잡는다'는 인식이 있는데, 정부 정책 방향은 어떠느냐”고 공통 질문을 던졌다.
송상훈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관은 “AI와 같은 디지털 기술이 경제·사회에 적용되면서 혁신과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면서 “정부가 지향하는 사회는 디지털 공동 번영 사회로, 혁신을 지향하면서도 모두가 혜택을 향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디지털 심화 시대에 과기정통부는 20여개 관계부처와 함께 디지털 공동 번영 사회를 위한 쟁점을 조사했고 52개 규제를 확인했다”면서 “이 가운데 △AI 저작권 제도 △AI 기술 안정성 및 윤리 확보 △딥페이크를 활용한 가짜 뉴스 등 8가지 쟁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풀어나갈지 올 상반기 중으로 기획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준희 행안부 공공데이터국장은 민간 AI 기술을 적극 도입해서 AI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민간에는 초거대 AI 모델이 있고, 개발 과정에서 많은 돈을 투자했다”면서 “정부는 공공 부문에 초거대 AI를 도입할 때 이미 개발된 민간 AI 모델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이 과정에서 한 기업에 편향되지 않고, 다양한 AI 모델을 도입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올해 초거대 AI 도입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을 도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동일 산업부 제조산업정책관은 AI가 제조업에 잘 융합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부는 제조업 등 산업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 부처이기 때문에 AI에 관심이 크다”면서 “우리나라 제조업이 어떻게 발전하고 생산 공정 혁신으로 생산성을 높일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업부는 AI가 경제·사회 변혁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고, 산업이 진흥되도록 규제를 풀어야한다는 생각”이라면서 “이를 위해 각 부처와 머리를 맞대고, (산업 진흥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정욱 중기부 실장은 AI 스타트업이 성장하고 산업 전반을 부흥시키도록 하는 지원 방향을 공유했다.
그는 “중기부는 스타트업 창업을 활성화시키고, 스타트업이 보다 많은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면서 “중기부는 지난 달 창업벤처규제혁신단을 신설했는데, 이를 통해 업계 간에 규제, 갈등을 중재하고 해소해서 AI 스타트업 등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AI 스타트업 창업과 관련해서 규제 권한을 가진 부처들과 논의해 여러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고 한다”면서 “우리나라 위상을 높이고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AI 스타트업 창업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부처 특화 AX 지원 정책 강화
장 원장은 “우리나라는 AI 관련 논문 편수만 봐도 세계 3등 수준이지만, 세계를 리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넥스트 스텝에 대한 정부의 구체 계획은 무엇이느냐”고 추가 질문했다.
토론자 모두 AI 활성화를 위한 추가 지원 정책을 마련 중이거나 이미 마련해서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송 정책관은 “과기정통부는 여러 가지 AI 연구개발(R&D) 등 지원 정책을 추진 중인데, 대표적으로 AI 반도체를 꼽을 수 있다”면서 “2020년부터 약 1조원, 2022년에 추가로 핌(PIM) 반도체 개발에 4000억원 등 1조4000억원 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1조원 규모 추가 투자를 위한 예비타당성(예타)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결과로 인퍼런스(추론) 칩 영역에서 리벨리온, 사피온, 딥엑스와 같은 국내 스타트업이 성장할 토대가 마련됐고, 이들 기업은 엔비디아 다음 시대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박 정책관은 'AI 제조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산업부는 지난 달 △산업 초격차 △주력 산업 대전환 두 가지를 골자로 하는 '신산업 정책 2.0'을 발표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AI가 중요하다”면서 “산업 현장에서 AI를 적용해 생산 수율을 높이는 등 변화를 이끌기 위해 어떻게 측면 지원할까 구상 중이고, 조만간 구체화된 내용을 말씀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기정통부와 중기부 등 관계부처와 협조해서 어떻게 기능 분담할 지 고민 중”이라면서 “AI를 제조업에 단계적으로 입혀 나가는 노력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 학계와도 논의하고 있고, 산업계 얘기를 지속 경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 실장은 혁신적인 AI 스타트업이 지속 등장하고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토록 '개방형 글로벌 창업 허브'를 구축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훌륭한 국내 AI 스타트업이 해외로 진출하도록 지속 도울 것”이라면서 “뿐만 아니라 글로벌 스타트업이 우리나라에 정착하고, 글로벌 인재가 유입되도록 창업 비자 등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