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EU 공급망실사법 제동에 '맞불'…“韓, ESG 규제 대응해야”

노르웨이, EU 공급망실사법 제동에 '맞불'…“韓, ESG 규제 대응해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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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가 블랙리스트 대상을 확대하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전문가들은 글로벌 국부펀드 규제가 지속되는 만큼 ESG 경영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중앙은행투자청(NBIM)은 최근 인도네시아 대기업 아스트라 인터내셔널과 모기업인 자딘 사이클&캐리지, 자딘 매시선 등 3개사를 환경파괴 혐의로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렸다.

아스트라 자회사가 진행 중인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마르타베 광산 프로젝트가 전 세계에 800마리 미만에 불과한 멸종위기종 타파눌리 오랑우탄의 서식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마르타베 미개발 지역 채굴 허가를 받았고 수년간 채굴 면적을 크게 확대할 계획이다. NBIM은 타파눌리 오랑우탄의 전 세계 유일한 서식지 면적이 줄어들 것이라는 점과 심각한 환경파괴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아스트라를 제재키로 했다.

이번 NBIM 결정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EU 27개국 상주 대표 회의에서 '기업의 지속 가능한 공급망 실사 지침'(CSDDD) 최종 타협안 승인을 위한 가중다수결 투표가 무산된 직후 나왔다. 앞으로 약 2주 안에 타협안을 못내면 법안 승인은 6월 유럽의회 선거 이후로 미뤄질 전망이다.

일부 유럽 글로벌 기업들은 환경·인권 논란이 있는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 지역이나 콩고민주공화국 등에서 공장을 운영 중이다. 이들은 CSDDD로 인해 이해관계자를 포함한 온실가스 배출량인 '스코프3'에 해당하는 중소기업은 부품 조달이 어려워져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독일·이탈리아 등 EU 주요국가들이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법안 채택에 기권하며 유럽발 ESG규제가 완화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ESG 전문가들은 여전히 NBIM 등 국부펀드가 글로벌 기업에 대한 투자배제·감시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ESG 경영 전환을 지속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오지헌 법무법인 원 변호사는 “EU가 그린워싱·강제노동 제품 수입을 금지하는 '에코 디자인 규정 개정안'(ESPR)을 1분기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면서 “중장기적으로 EU의 CSDDD 최종 승인과 무관하게 공급망실사법은 공급망 추적정보 포함 법안들과 병합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NBIM의 투자배제·감시기업 명단에 여전히 한국 기업이 10개나 된다”면서 “글로벌 국부펀드의 ESG규제가 지속되는 만큼 수출에 주력하는 한국 기업들은 환경은 물론 노동·인권 리스크를 관리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