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내세웠던 이른바 '시스템 공천'을 두고 파열음이 나오는 모양새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 세계(정치권)가 이런 곳이구나 하는 걸 느낀다”라며 “당의 공천 시스템 작동 과정이 상당히 우려스럽다. 질서 있는 이의제기를 하고 난 뒤 결과를 보고 다음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지난 1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부터 공약기획단장으로 임명됐다. 22대 총선 공약을 준비하고 이에 맞춘 전략을 구상하는 자리다. 그러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는 지난 5일 유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강남병에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을 우선추천했다. 이후 유 의원은 '이의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정치권에서는 유 의원의 컷오프를 둘러싸고 지도부가 이른바 친유(친 유승민)계 숙청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 의원 측이 이른바 '단수추천 기준'에 해당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른바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에서 부결표 확보를 위해 컷오프 발표 일정을 미룬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게다가 고 전 사장은 당초 지역구 대신 비례대표를 선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혹이 더욱 커진 상태다. 또 유 의원 재배치와 관련해 당사자와 사전 논의 없이 컷오프를 감행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유 의원을 컷오프한 뒤 경기도 일부 지역 등 매우 어려운 곳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공관위는 이날 유 의원과 취재진의 만남 예정 약 10분 전 입장문을 통해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공관위는 시스템 공천에 입각하여 원칙과 기준을 갖고 공천심사에 임했음을 다시 한번 강조드린다. 허위사실에 기반하여 시스템 공천을 부정하는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순서가 틀렸다”면서 “다른 곳에 배치하려면 시스템으로 해야 했다. (공천이) 다 끝나는 마당에 다른 지역 가라고 했는데 생각해보겠다고 했다”며 “어떤 결정을 할지는 이의신청 이후의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당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험지는 괜찮은데 사지를 보내는 건 좀 심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면서 불만을 표시했다.
대구달서갑 공천에서 탈락한 홍석준 의원(초선)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재심을 요청했다. 대구달서갑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변호인이자 최측근인 유영하 변호사가 단수추천됐다.
홍 의원은 그동안 국민의힘에서 규제개혁추진단 위원장을 맡아 윤석열표 규제 개혁을 위한 입법에 힘을 써왔다. 또 국민의힘 공약개발본부 규제개혁TF 단장으로 활동하며 관련 공약 구상에도 나선 바 있다.
홍 의원은 “유 변호사 공천이 큰 오점으로 작용해 국민의 신뢰와 믿음을 잃어버려 22대 총선 악재가 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유 변호사가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이 단수추천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취지다.
울산남갑이 지역구인 이채익 의원(3선)은 무소속 출마를 시사했다. 울산남갑은 전날 국민의힘 공관위로부터 국민추천제 대상 지역으로 선택됐다. 국민의힘은 현역 지역구 의원도 국민추천제에 도전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현역 의원을 컷오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국민의힘이 날 저버렸다. 절대 좌절하지 않겠다. 잠시 떠나더라도 승리해 복귀하겠다”며 사실상 무소속 출마를 언급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