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국가 베네수엘라가 산악지 지대에 남은 '마지막 빙하'를 지키기 위해 태양열을 막아낼 특수 이불까지 동원했지만 너무 늦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6일(현지시간) 미국 과학매체 피즈닷오알지(Phys org)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환경당국은 지난해 12월 안데스 산악지역 메리다주 시에라 네바다 국립공원 내 '훔볼트 빙하'(라 코로나)에 특수 섬유 고분자 소재(지오텍스타일)로 만든 덮개를 씌워 해빙을 막겠다고 발표했다.
당국은 헬기를 동원해 총 35조각으로 구성된 가로 2.75m, 세로 80m 크기의 특수 덮개를 해발 4900 높이까지 실어 날랐다. 유럽 국가에서 따뜻한 날씨에 스키 슬로프가 녹아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씌우는 것처럼 덮개를 씌워 빙하를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의 필사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너무 늦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과학자들은 최소 0.1㎢(10 헥타르) 크기의 얼음 덩어리를 '빙하'라고 부른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로스안데스대학(ULA) 연구팀에 따르면 과거 최대 4.5㎢에 달했던 '훔볼트 빙하'는 현재 0.02㎢로 쪼그라 들었다. 훔볼트 '빙하'가 아닌 훔볼트 '얼음'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 고문인 훌리오 세사르 센테노 교수는 AFP와 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에는 더 이상 '빙하'가 없다고 봐야 한다”며 “남은 건 원래 크기의 0.4%에 불과한 '얼음 조각'뿐이다“라고 강조했다.
훔볼트 빙하 외에도 베네수엘라에서는 '엘 라온', '라 콘차', '엘 토로', '볼리바르' 등 정상에서 빙하가 사라졌다. 전문가 예상치는 각기 다르지만 이 '얼음 조각'들은 최대 5년, 최소 2년 안에 소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더 이상 '빙하'가 아닌 '얼음 조각'을 위해 특수 덮개를 설치하는 행위가 환경 파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수 덮개가 분해되면서 미세 플라스틱이 토양이나 인근 농작물, 석호, 공기 중으로 퍼질 가능성이 있고, 궁극적으로 인간이 이를 섭취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해당 지역의 희귀종 이끼와 벌새 등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 같은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베네수엘라 환경 당국은 특수 덮개를 씌웠다고만 밝혔을 뿐 현재 덮개를 제거했는지 유무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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