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의사가 난치병을 앓는 환자의 부탁이었다며 약물을 주입해 살해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5일 NHK 등 일본 매체에 따르면, 교토지방재판소(지방법원)는 근위축성측색경화증(ALS · 루게릭병)을 앓던 50대 여성을 촉탁 살인한 혐의를 받는 의사 오오쿠보 요시카즈(45)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오오쿠보는 지난 2019년 11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ALS 환자 하야시 유리(당시 51)로부터 자신을 안락사 시켜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이에 지인인 전직 의사 야마모토 나오키와 함께 하야시의 자택을 찾아간 오오쿠보는 현장에서 130만엔(약 1170만원)을 받고, 만난지 15분만에 하야시에게 약물을 주입했다. 약물을 위장에 주입해 하야시는 급성 약물중독으로 현장에서 사망했다.
오오쿠보는 약물 투입 등 자신의 행위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환자의 소원을 이뤄준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검찰은 안락사가 허용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정당성이 없다며 징역 23년을 구형했다.
교토지방법원은 △병상에서 고통 완화를 위해 약물 투약이 불가피한 상황 △생명을 끊는 것을 진지하게 희망하는 상황을 전제로, △의료 종사자가 의학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치료와 검사 등을 모두 끝낸 뒤 경과 등을 근거해 진찰했을 때 사망에 가까워졌거나 현재 의술로는 치료가 불가능한 증상이 있는 경우 등 예외적인 경우에는 촉탁 살인에 죄를 묻지 않는다.
하지만 법원은 오오쿠보가 환자의 증상 및 의료 기록을 확인하지 않았으며, 진찰이나 면회조차 한적이 없고, 만난 지 15분만에 투약했다는 점, 경과에 대해서도 검증 가능한 기록을 제출하지 못한 점, 130만엔의 보수를 받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 등을 들어 오오쿠보에게 징역 18년형을 선고했다.
오오쿠보는 지난 2011년에도 비슷한 사건에 가담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정신질환을 앓던 전 의사 야마모토의 아버지를 살해하는 과정에 가담해 법원으로부터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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