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당국과 업계(가상자산거래, 보관 및 지갑사업 등 37개 사업자) 모두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월 14일 자금세탁 대응강화 자료를 통해 가상자산사업자의 의심거래 보고(STR) 건수의 증가현황을,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9일 가상자산 관련 전담 조직(감독국·조사국)을 설치하고, 이어 가상자산사업자 규제이행 로드맵의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도 이용자 보호를 위한 시스템구축 및 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2021년 10월 특금법 시행 이후 3년 경과로, 가상자산사업자(VASP)의 재신고 갱신 기간이 도래함에 따라 사실상의 재인가를 받기 위한 업계 노력도 그만큼 강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관련, 어떤 것들이 주요 이슈가 되고 있나. 시장에선 첫째, 기존 특금법상 70%에서 80%로 상향 예정인 콜드월렛 보관 비중(법 7조, 시행령 6조 1항)을 꼽는다. 콜드월렛은 인터넷과 분리된 오프라인의 가상자산 지갑을 말하는 것으로, 주된 목적은 코인 해킹 방지다. 따라서 비중 상향에 따라 보안엔 확실히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콜드월렛의 반대인 핫월렛의 비중 감소로 입출금 등의 편의성이 떨어지거나 콜드월렛 자체 또는 상황에 따라 콜드월렛에서 핫월렛으로의 이동과정에서 보안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소형거래소와 시총이 작은 개별 코인의 경우, 예치금 성격인 핫월렛 절대 금액이 적어 출금 지연 등 애로가 커질 수 있고, 이에 따라 대형 가상자산거래소로의 쏠림현상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단 얘기도 나온다.
둘째, 이상거래 탐지를 위한 인적·물적 시스템구축(법 12조)이다. 업계에 의하면 거래소 업비트는 AI기반 이상거래 탐지시스템(FDS)을 도입, 24시간 입출금거래를 검사 중이며, 빗썸, 코인원, 코빗 등도 그동안의 이상거래 패턴을 반영, 자체 FDS의 고도화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문제는 중소형 거래소다. 대형 거래소와의 시장점유율 차가 워낙 커서, 시스템구축 비용의 가성비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 또한 거래가 적다는 이유로 약간의 거래 증가로도 이상거래와 가격 조작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 등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시스템구축과 더불어 문제 발생을 대비한 다양한 사이버 보험상품의 적극적 활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시행령 7조에선 가상자산사업자로 하여금 해킹, 시스템장애 등 위험 대비를 위해 보험 또는 공제상품에 가입하거나, 준비금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구체적으론 5대 대형 원화거래소의 경우는 최소 30억원, 그외는 5억원 이상의 보험 가입 또는 준비금 적립을 요구하고 있다.
셋째, 가상자산사업자가 이용자로부터 위탁받은 가상자산과 동종, 동량의 가상자산을 실질 보유해야 하는 점(법 7조 2항)도 빼놓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이 때문에 이용자의 가상자산을 제3자에게 위탁, 운용하는 예치·운용업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외에 가상자산거래소가 이용자의 가상자산 입출금을 임의로 차단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법 11조)이라든지, 이용자가 사업자와 특수관계인 경우(예:가상자산사업자의 임직원 또는 계약 관계), 미공개 중요정보를 취득·이용하면 처벌 대상이 된다는 점(법 10조 1항)도 유의할 포인트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가상자산 1단계 입법)과 함께 2단계 가상자산 입법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는 가상자산 산업육성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데, 관련 용역 프로젝트가 오는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전에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관련된 시장의 관심 사항을 살펴보자. 첫째, 법인계좌의 허용이다. 업계에선 이는 법인고객 유치를 통한 가상자산시장의 수익 기반 확대뿐 아니라, 법인이라는 전문투자자의 증가로 투기 방지와 시장 안정성 제고에 도움이 될 거라고 얘기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가상자산 입법으로 하나의 신산업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이젠 법인거래 허용을 적극 검토할 시점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둘째, 산업 육성관점에서 어떤 인프라 구축이 선행되어야 하는지도 관심 대상이다. 시장에선 상장요건 마련을 통해 특히 공시와 평가에 대한 기준이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공시 주체는 특정할 필요는 없지만, 평가는 거래소가 아닌 제3의 평가기관이 수행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전문가들 평가다. 이는 자본시장에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 등 외부기관 인력을 활용하는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또한 가상자산의 신탁·운용업에 대한 시장관심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허용됐듯이, 향후 우리나라도 가상자산 펀드가 허용될 경우, 관련 신탁 및 운용업의 활성화는 필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향후 자본시장법(4조 10항)의 개정·재해석, 또는 이것이 어려울 때는 규제샌드박스를 통한 혁신금융서비스의 활용으로 시장을 활성화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길재식 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