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심이네 각자도생’ 유이가 ‘효녀 심청’ 길을 택했다. 그런데 아버지 남경읍에게 간이식을 해준 그녀가 사라졌다. 종영까지 단 2회만을 남겨두고 펼쳐진 파격 전개가 궁금증을 폭발시켰다.
지난 10일 방송된 KBS 2TV 주말드라마 ‘효심이네 각자도생’(연출 김형일, 극본 조정선, 제작 아크미디어) 49회에서 태호(하준)는 25년 만에 만난 아버지 때문에 복잡한 문제가 생겼다며 결혼을 미루자는 효심(유이) 때문에 화가 났다. 또다시 가족 때문에 두 사람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결혼을 잊은 걸 보니, 효심은 원래 가족들에게 벗어날 생각이 없었던 것만 같았다.
하지만 효심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이도 태호였다. 상처받은 효심이 안타까운 태호는 화내서 미안하다고 먼저 사과했고, 아버지 일이 해결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는 형 태민(고주원)에겐 본부장 승진보단 영국지사로 발령 내달라 부탁했다. 효심이 가족에게서 온전히 벗어나, 스포츠 마케팅 분야가 유명한 영국에서 공부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25년 만에 남편 추련(남경읍)과 대면한 선순(윤미라)은 원망과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고작 동료 교사와 바람이 나 집을 나간 것도 모자라,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채 나타난 그에게 분노도 일었다. 숨이 쉬어지지 않을 정도로 폭풍 같은 감정이 몰려왔지만, 선순은 엄마였다. 낼 모레 변호사 시험을 앞둔 둘째 효준(설정환) 때문에 정신을 단단히 붙들었고, 한바탕 대거리를 했더니 25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다고 효심과 효성(남성진)을 안심시켰다. 효준에겐 아버지에 대해 절대 알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선순은 “행여 간 줄 생각도 하지 말라”는 점도 확실하게 못 박았다.
하지만 효심은 간 이식 적합 검사를 받기로 결심했다. 사실 4남매 중 아버지가 제일 원망스러운 자식은 효심이었다. 엄마 선순이 얼마나 힘들고, 비참하고, 외로웠는지 곁에서 지켜봐왔기 때문. 그래서 평생 기다린 남편이 이대로 죽는다면 선순에게 더 큰 상처가 될 것 같았다. 효심은 아버지가 꼭 살아서 엄마에게 평생 사죄하길 바랐다. 효심은 검사를 받기 전, 끝까지 미안하다 사과할 면목조차 없다는 이유로 가족을 외면하려는 추련에게 감정을 모두 쏟아냈다. 아버지가 사라진 뒤 가장 노릇 하느라 힘들었던 효성, 아버지 꿈 대신해 사느라 청춘 다 바친 효준, 아버지 얼굴도 모른 채 방황했던 효도(김도연), 그리고 평생 아버지를 그리워했던 엄마에게 “무릎 꿇고 사죄하라”고 외친 것이다.
그리고 결국 간 이식 적합 진단을 받은 자식은 효성도, 효도도 아닌, 효심이었다. 효성은 평생 가족들을 위해 희생했던 동생 효심이 결혼까지 앞두고 몸에 상처를 내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남자 형제들이 알아서 할 테니, 효준이 시험 끝날 때까지 기다려보자”고 끝까지 설득했다. 하지만 효심은 결심을 바꾸지 않았다. 추련이 이렇게 죽게 내버려둬 받은 상처 때문에 가족들이 평생 고통 속에 살지 않게 하려는 효심의 속 깊은 마음이었다. 효심은 그렇게 수술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뒤늦게 소식을 듣고 태호가 병실로 달려갔지만, 그곳엔 정갈하게 개 놓은 환자복만이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 온데간데 사라진 효심을 정처 없이 찾아나선 태호의 혼란스러운 엔딩은 이들 커플의 해피 엔딩을 바랐던 안방극장에 안타까움을 몰고왔다. 효심을 위해 영국 유학까지 계획한 태호를 두고 효심은 어디로 증발한 것인지, ‘효심이네 각자도생’ 마지막 주 방송에 이목이 집중된다. ‘효심이네 각자도생’은 매주 토, 일 저녁 7시55분에 방송된다.
전자신문인터넷 이준수 기자 (juns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