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에 대한 연간 통신요금 감면액이 지난해 1조2604억원으로 나타났다. 감면 대상만 776만명에 달한다. 통신 복지를 모두 떠안은 통신사의 재무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디지털 서비스 중심의 소비 변화에 맞춰 합리적 재원 분담을 위한 정책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2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해 통신 4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가 취약계층 대상으로 감면한 통신요금 규모는 1조2604억원으로 집계됐다. 2017년도 4630억원 대비 3배 가까이 늘었다. 연평균증가율(GAGR)은 18%에 달한다.
연간 7000억원 규모인 취약계층 전기료 감면, 2300억원 수준인 에너지바우처 지원 규모보다 최대 5배 많은 액수다.
통신사업자들은 2000년부터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등 취약계층과 국가유공자 통신요금을 35~50% 깎아주고 있다. 이는 전기통신사업법상 보편적 역무에 따른 것이다. 감면 대상은 2008년 차상위계층, 2017년 기초연금 수급자까지 확대됐다. 전체 인구 대비 감면자 비율은 15.1%에 이른다.
감면 대상과 범위도 유선전화·이동통신에서 초고속인터넷·인터넷전화까지 확대됐다. 해외 주요국의 경우 미국은 유·무선 전화, 광대역 인터넷 중 1종, 스페인과 프랑스는 유선전화 1종만을 감면해 준다. 반면 우리나라는 서비스 4종 모두 감면하고 있다. 감면액을 비교하면 스페인의 89배, 프랑스의 191배 수준이다.
통신 매출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감면 재원을 전적으로 이통사가 부담하면서 지속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확산으로 달라진 통신 서비스 이용 형태를 고려해 통신료 감면 체계를 디지털 서비스 접근권 보장으로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상학 KTOA 부회장은 “고령화, 디지털화라는 시대적·사회적 변화에 따라 취약계층의 디지털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 통신요금뿐 아니라 디지털 콘텐츠, 단말기, 앱 구매 지원 등 다양한 방면으로 디지털 복지 범위가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플랫폼과 음원, 동영상 등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커진 만큼 통신요금 중심의 복지 패러다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통신비 감면 부담을 이통사에만 지우지 말고 플랫폼 등 부가통신사업자가 분담하는 방향으로 통신복지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는데 힘이 실린다.
이 부회장은 “지속가능한 디지털 복지는 국가와 디지털 생태계의 모든 참여자가 함께해야 할 사회적 책무로 정부의 역할 및 재원 분담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