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미디어가 외산에 의존하던 무인항공기용 무선통신 증폭기 부품 국산화에 도전한다. 방위산업, 재난 분야에 특화된 통신용 제품을 지속 개발해 3년 후 매출을 약 40%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07년 설립한 휴미디어는 통신·레이더용 무선주파수(RF) 송수신 장치와 고출력 반도체전력증폭기를 제조한다. 국방·재난 통신 분야는 멀리 떨어진 위치라도 특정 주파수 대역에서 신호를 안정적으로 주고받는 것이 중요하다. 휴미디어 고출력 반도체전력증폭기는 신호 출력을 높여 도달 범위를 넓히는 역할을 한다. 휴미디어 제품은 2㎒부터 40㎓까지 다양한 대역 주파수를 지원한다.
김원중 휴미디어 대표는 “신호 증폭은 기술 난도가 높아서 그동안 해외 제품을 수입해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주파수 설계 기술을 확보해 주요 제품 국산화를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휴미디어는 국방 분야가 주력이다. 군 차세대 전술정보통신체계(TICN) 대용량무선전송단말장비(HCTR) 매출이 회사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한다. 창업 5년 만에 군 전술체계용 광전변환시스템을 개발하며 이른 시기에 방산 시장에 진출한 덕분이다. 2015년 처음 TICN HCTR 양산 계약을 체결한 회사는 총 네 차례 계약을 맺으며 안정적으로 수주잔고를 확보했다.
회사는 TICN HCTR에 대해 현재 X밴드(8㎓ 이상 12㎓ 이하)는 물론 HF대역(3㎒ 이상 12㎒ 이하), U/VHF 대역(30㎒ 이상 500㎒ 이하) 등을 각각 지원하는 고효율·광대역 특성의 증폭기와 안테나 정합기를 군에 공급하고 있다.
휴미디어는 해군 저피탐 레이더 송수신전단장치, 공군 전자전 점검장비 등도 양산하며 방산 제품을 다양화했다. 그 결과 회사는 2020년 방위사업청으로부터 미래전력분야 우수 방산 업체 표창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국방기술진흥연구소와 핵심부품 국산화 협약도 체결했다.
김 대표는 “광범위한 대역의 RF 설계 능력을 인정받은 결과 협약 체결 성과를 달성했다”면서 “회사 자체적으로도 연구개발(R&D)에 많이 신경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휴미디어는 2021년과 2022년 각각 국방품질인증 DQMS, 항공우주 품질경영 인증 KS Q 9100을 취득했다. 정전기 제거와 자동 온·습도 조절 등 초고주파 전용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총 4대의 네거티브 신뢰성 시험 장비를 확보했다. 방산 제품 생산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신호를 측정하는 계측기는 장비 한 대당 가격이 수억원에 달하지만 김 대표는 기술 고도화를 위해 과감하게 투자했다. 회사는 총 19개 특허를 획득했다.
휴미디어는 최근 정찰용 중고도무인기(MUAV)에 탑재되는 반도체증폭기조립체(SSPA) 국산화 과제에 착수했다. 방위사업청은 최근 10㎞ 이상 12㎞ 이하 상공을 비행하면서 대북 정찰임무를 수행할 MUAV를 양산하며 전력화에 나섰다. 현재는 일부 핵심부품에 해외 제품이 도입됐지만 이를 국산 제품으로 전환할 임무를 부여받은 것이다. 휴미디어는 반도체 증폭기 조립체에 질화갈륨(GaN) 집적회로 반도체(MMIC)를 결합, Ku 대역(12㎓ 이상 18㎓ 이하) 신호를 높은 출력으로 증폭해 상공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장치를 개발한다.
회사는 방위사업청이 시제품 검증을 진행하고 있는 해안감시레이더-Ⅱ에 수백W 이상 고출력, 자동고장진단 기능을 내장한 SSPA도 공급했다. 내년 중 전력화가 예상된다.
휴미디어는 무선통신 전달 기술을 재난, 철도 통신 분야로도 적용을 확장하고 있다. 회사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과 광전변환 방식 자동운전용 지상 송수신장치 국산화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지하철과 철도에 활용되는 통신 장비 역시 그동안 해외 제품 의존도가 높았다.
휴미디어가 개발하는 송수신장치는 철도 선로 주변에서 자동운전제어(ATC)용 무선 통신망 신호를 제공하기 위해 구축한다. 중앙제어기기와 선로 주변에 설치된 기기 사이 통신 연결이 안전을 위해 중요한데, 오랜 기간 쌓아온 휴미디어 신호 증폭 기술을 도입한다.
김 대표는 “내후년쯤에는 철도 통신용 송수신장비를 양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휴미디어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자가망·재난망 구축사업과 한국전력공사 지하전력구 재난안전통신망 구축사업에도 참여했다. 공공사업 참여 이력을 계기로 향후 해외 사업 진출에도 속도가 날 전망이다.
창업 18년차를 맞은 휴미디어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참여해온 R&D 과제가 최근 본격적인 양산으로 이어져 매출에 반영되고 있어서다. 지난해 매출 133억원을 기록한 휴미디어는 2027년 매출 182억원을 목표로 삼았다. 현재 개발을 진행하는 철도 통신용 지상 송수신장치, 차세대 전술 다밴드 다목적 무전기(TICN TMMR), 해안감시레이더-Ⅱ 등이 하나씩 매출로 실현될 것으로 기대했다.
김 대표는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한다”면서 “3년 내 기술 고도화를 달성하고 그 이후 기업공개(IPO)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 김원중 휴미디어 대표 인터뷰
-방위산업 분야를 주력 사업으로 삼은 계기는
▲정보기술(IT) 대기업과 벤처회사에서 기술영업 업무를 담당하다가 창업했다. 처음에는 이동통신 분야 시스템 통합(SI) 시장에 진출했다. 워낙 시장에 뛰어든 업체가 많다보니 사업 확대가 쉽지 않았다. 창업 3년쯤 지나 방산 분야가 눈에 들어왔다. 방산 중요도에 비해 핵심 부품은 수입 제품에 대부분 의존하는 실정이었다. 신호증폭기 국산화 도전을 결심했다.
-주요 부품 국산화를 달성할 수 있었던 배경은
▲창업 당시 디지털 광신호 기술과 무선주파수(RF) 설계 핵심 인력을 확보했다. 이들과 함께 오랜기간 무선통신 핵심기술 개발에 매진했다. 현재 전체 직원 절반 가까이가 연구개발(R&D) 인력이다. 직원이 희망하는 경우 대학원에 진학해 역량을 쌓도록 지원하고 있다. 기술 고도화를 위한 설비 투자 역시 아끼지 않는다.
-이노비즈 인증으로 얻은 도움이 있다면
▲정부 사업 참여할 때 가점을 받을 수 있어서 이노비즈 인증을 획득했다. 적은 점수로 당락이 결정되는데, 이노비즈 인증 가점은 매우 크게 느껴진다. 뿐만 아니라 이노비즈협회 가입으로 종사하고 있는 분야의 사업 정보나 동향 등을 파악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
-사업상 어려움은 없는지
▲중소기업은 해마다 신기술개발에 투자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렇듯 꾸준한 기술확보를 위해서는 정부의 대폭적인 R&D 지원이 절실하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