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3월 주총 키워드는 단연 '주주환원'

[스페셜리포트] 3월 주총 키워드는 단연 '주주환원'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주요 대기업이 이달 정기주주총회에서 대규모 주주환원을 준비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기업의 저조한 수익성과 성장성, 미흡한 주주환원 등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자본시장 선진화 3대 축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질서 확립 △세제개편으로 투자자의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 △배당절차·물적분할·내부자거래·자사주 등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여기에 기업이 스스로 기업가치 제고를 노력하고 주주가치를 존중하는 문화를 확산하도록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마련할 방침이다.

◇주요 대기업, 환원기조 확대

삼성전자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잉여 현금흐름의 50%를 환원하고 매년 9조8000억원을 배당하는 '3개년 주주환원 정책'을 운영해왔다.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실적이 악화됐지만 주주환원 정책을 다시 3년간 유지하기로 했다. 시행 시기는 2024년부터 2026년까지다. 또, 매년 잔여 재원을 산정해 충분한 잔여 재원이 발생하면 추가 환원하는 기존 정책도 계속 유지키로 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기말 배당금을 역대 최대인 보통주 기준 주당 8400원으로 정했다. 현대차의 연간 배당금 총액만 2조2123억원에 이른다. 기아도 지난해 최대 실적 달성에 화답해 기말 배당금을 전년보다 2100원 올린 5600원으로 책정했다. 배당총액은 2조2188억원으로 현대차를 넘어선다.

SK이노베이션은 2011년 출범 후 처음으로 7936억원 규모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 삼성물산은 자사주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보통주 781만주와 우선주 전량인 16만주를 소각키로 했다. 이는 시가로 약 1조원 이상 규모다.

◇이통 3사 '선(先) 배당액 결정, 후(後) 투자'

이동통신 3사는 주주친화 정책 일환으로 '선배당 후배당일' 도입을 위한 배당절차를 개선한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이달 정기주주총회에서 정관을 변경해 배당기준일을 배당 결정일 이후 날로 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

배당기산일을 영업연도 말로 전제한 규정을 삭제하고 이사회 결의로 배당기준일을 정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한다. 배당규모를 보고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 '깜깜이 배당'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KT는 분기배당을 도입한다. 지난 해까지는 연말 결산배당을 유지했다. 분기배당은 주주의 현금흐름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자사주 매입·소각 등 적극적 주주환원책과 2025년까지 최소 주당 1960원 배당금을 보장한다.

◇주주환원 큰 폭으로 늘린 금융사

'벚꽃배당' 대표주자인 금융주는 올해 주주환원 정책을 크게 확대한다.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는 분기배당을 실시하는 데다 12월 말이었던 결산 배당기준일을 이듬해 3~4월로 바꾸면서 이른바 '더블 배당'이 가능해졌다.

자사주 소각도 활발할 전망이다. KB금융은 3200억원, 하나금융은 3000억원 규모 자사주를 올해 매입하고 소각할 계획이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도 각각 1500억원, 138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발표했다. 우리금융은 13일 예금보험공사(예보)가 보유 중인 우리금융 지분 935만7960주(지분율 1.24%)를 매입한 후 즉시 소각했다.

증권사도 마찬가지다. 키움증권은 지난 13일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밝혔다. 이미 취득한 자사주 209만5345주(발행주식 7.99%)를 올해부터 2026년까지 매년 3분의 1씩 소각할 예정이다. NH투자증권 역시 12일 보통주 약 417만주를 매입 후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2011년 500억원 규모 주주가치 제고, 임직원 성과 보상 등을 목적으로 한 3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 이후 13년 만이다. NH투자증권은 “앞으로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지속해서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금배당 늘린 플랫폼·게임

네이버와 카카오는 현금 배당과 자사주 소각으로 주주에게 실적을 보답한다.

네이버는 지난 2022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주주환원 계획을 이행한다. 최근 2개년 평균 연결 잉여현금흐름(FCF)의 15~30%를 전액 현금으로 배당한다. 이와 별개로 현재 보유 중인 자사주 8% 중 3%를 향후 3년간 매년 1%씩 특별 소각한다.

2023년 기준으로는 지난 2년 평균 연결 잉여현금 흐름 20% 수준인 1190원 상당 현금을 주주에게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현금 배당 규모는 2022년에 대한 배당 대비 91% 늘었다.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총 의결권 기준일'과 '배당 기준일'을 분리하도록 정관도 변경한다. 정관 변경으로 주주가 환원 규모를 예측할 수 있다.

카카오는 2021년부터 3년 동안 매년 별도기준 잉여현금흐름의 15~30%를 환원하는 중장기 주주환원정책을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 회계연도는 별도 잉여현금흐름의 30%에 해당하는 1344억원 규모 주주환원을 시행한다. 267억원 현금 배당을 실시하고 전체 발행주식 총수의 0.44% 규모 자사주를 소각한다. 오는 5월 안에 이 같은 환원 정책을 단행한다.

게임사도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을 펼친다. 엔씨소프트는 1주당 3130원씩 총 636억원 규모 현금 배당을 결정했다. 크래프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자사주 매입을, NHN과 네오위즈·엠게임은 창사 이래 첫 현금배당을 실시한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