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평생을 원통형 기기에 의지해 살면서도 꿋꿋하게 삶을 일궈온 미국 남성 폴 알렉산더가 78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13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알렉산더는 1952년 6살 무렵부터 소아마비로 전신이 마비됐고 스스로 숨을 쉬기도 어렵게 됐다.
이 때부터 그는 머리를 제외한 온몸을 감싸는 원통형 기기 '아이언 렁'(iron lung) 생활을 시작했다. '아이언 렁'은 음압을 간헐적으로 걸어 폐를 부풀게 해 환자의 호흡을 돕는 인공호흡장치다.
아이언 렁은 1950년대 수천명의 아이들을 살린 장치지만, 1950년대 후반 소아마비 백신이 개발되고 이후 목구멍에 직접 삽입하는 형태의 인공호흡기가 개발되면서 점차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장치다. 하지만 그는 비침습적인 치료 방식을 원해 철제 원통에서의 생활을 계속해 갔다.
6살부터 이 기기 안에서 움직이지 못한 채 살아야 했지만, 알렉산더는 자신에 처지에 비관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손을 쓸 수 없기에 입에 펜을 물고 글자를 썼고, 붓을 물고 그림을 그린 것이다.
그는 피나는 노력 끝에 1978년 텍사스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사학위를, 1984년 같은 대학에서 법학 학위를 받았다. 철제 원통에서 생활하면서도 변호사와 작가의 꿈을 모두 이뤘다.
그가 6살 이후 단 한번도 밖을 나오지 못한 것은 아니다. 그는 공부를 하면서도 틈틈이 폐를 부풀리는 연습을 했고, 하루의 일부를 아이언 렁 밖에서 보내기도 했다. 나이가 들면서 자가 호흡이 어려워지자 다시 장치로 돌아갔다.
알렉산더는 올해부터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틱톡 계정을 개설하고 사람들과 소통하기도 했다. 그는 영상에서 “긍정은 내 삶의 방식”이라며 긍정적인 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대학 시절부터 알렉산더와 친구가 된 게리 콕스는 “폴은 주변 사람까지 전염시킬 정도로 활기차고 즐거운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라고 회상했다.
알렉산더의 오랜 친구인 대니얼 스핑크스에 따르면 알렉산더는 댈러스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그는 최근 알렉산더가 코로나 19 확진 판정을 받았으나, 그것이 실제 사망 원인인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스핑크스는 “폴은 웃는 것을 좋아했다”며 “그는 이 세상의 밝은 별들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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