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카모토 사토시'”…호주 男, 비트코인 창시자 아니다

2016년부터 비트코인 창시자 '나카모토 사토시'를 자처해 온 호주 컴퓨터 과학자 크레이그 라이트.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2016년부터 비트코인 창시자 '나카모토 사토시'를 자처해 온 호주 컴퓨터 과학자 크레이그 라이트.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영국 법원이 비트코인 창시자를 자처해 온 호주 컴퓨터 과학자 크레이그 라이트(Craig Wright·54)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런던 고등법원의 제임스 멜러 판사는 이날 “라이트 박사는 비트코인 백서의 저자가 아니며, 2008∼2011년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가명을 채택하거나 운용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라이트 박사는 비트코인 시스템을 만든 사람이 아니며, 또한 비트코인 소프트웨어의 초기 버전 개발자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나카모토 사토시'는 지난 2008년 비트코인의 개념을 설명하는 논문을 발표한 인물이다. 이듬해 1월에는 첫 비트코인을 발행했다. 하지만 16년이 지난 현재까지 그의 실제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다.

컴퓨터 프로그래머 라이트는 2016년부터 자신이 비트코인의 창시자 '나카모토 사토시'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업계는 이 같은 주장을 펼친 라이트가 암호화폐 분야에 부정적인 영향력을 떨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법원 결정도 암호화폐의 오픈소스 성격을 보호하기 위한 기술업계의 비영리 단체 '암호화폐 개방 특허 동맹'(COPA)이 라이트의 제소를 차단하거나 방어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나온 것이다.

COPA는 이에 문서 위조 등을 통한 라이트의 거짓 주장이 오픈소스 기술 개발을 저해하고 있다면서 라이트가 '나카모토 사토시'가 아님을 확인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라이트는 COPA의 주장을 부인했지만, 멜러 판사는 라이트가 '나카모토 사토시'가 아니라는 “압도적인 근거”가 있다며 이번 판결을 내렸다.

한편, 라이트가 비트코인과 관련해 재판에 휘말린 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2022년 8월 자신을 '사기꾼'이라고 불렀던 남성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승소한 바 있다.

다만 당시 판사는 “(라이트 박사가)의도적으로 거짓된 사건을 진행하고 재판 며칠 전까지 의도적으로 거짓된 증거를 제시했다”며 손해배상액을 '1파운드'(약 1700원)로 책정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