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1990년대 프랑스 파리에서 수많은 사람을 강간하고 살해한 연쇄살인범이 2019년 퀴즈쇼에 출연해 푸근한 모습으로 수사에 혼동을 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12일 프랑스 잡지 마르안느는 자살한 연쇄살인범 프랑수아 베로베(Francois Verove)가 2019년 국공립채널 프랑스2 퀴즈쇼 'Tout le monde veut prendre sa place'에 출연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베로베는 1980~1990년대 프랑스에서 당시 최소 3명을 살해하고 6명을 강간한 연쇄강간살인범 '르 그렐레'(Le Grele; Pockmarked Man; 곰보얼굴)다. 1994년 강간을 마지막으로 연쇄살인이 멈춰 미제사건으로 남겨졌으나, 2010년대 수사가 다시 재개되면서 범인 물망에 올랐다.
그런 그가 수사가 한창인 2019년, 퀴즈쇼에 출연했던 사실이 사건을 파헤치던 현지 잡지사에 의해 밝혀졌다.
공개된 당시 방송 화면을 보면, 하얗게 샌 수염과 푸근한 인상, 여유로운 태도로 평범한 프랑스 아저씨처럼 보인다. 마리안느는 “단순히 퀴즈쇼에 출연한 건지,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선지 알 수 없다”고 의구심을 보였다.
베로베는 프랑스 제국 근위대 기마병 출신이자 전직 경찰관으로 2014년에는 지역 의원을 역임하기도 했다. 동시에 한 가정의 평범한 가장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명수배 35년만에 진짜 정체가 밝혀지자 그는 2021년 9월 공유숙소에서 범행을 시인하는 자백서를 놓고 자살했다.
그가 저지른 것으로 확인된 범죄는 살인 3건, 강간 6건이다. 이 외에도 더 많은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첫번째 범죄는 1986년 4월 발생했다. 13구의 한 지하실에서 8세 소녀를 강간하고 목을 졸라 살해하려고 했지만 미수에 그친 사건이다. 한 달 뒤 19구에서 등교중인 11세 소녀를 강간하고 칼로 찔러 살인하며 첫 번째 살인을 저질렀다.
1987년에는 4구에서 두 사람을 살해했다. 한 아파트에서 20세 독일 여성과 그의 고용주인 38세 남성을 죽였다. 당시 여성은 참수당한 채 십자가에 못 박힌 형태로 걸려있었으며, 남성은 발가벗겨져 허리가 꺾인 채 손발을 묶은 케이블 타이와 목의 끈이 연결된 끔찍한 자세로 발견돼 지역 사회에 충격을 줬다. 두 사람 담뱃불 등으로 고문당한 흔적이 발견됐다. 이 범죄는 2000년대 DNA 감식이 정밀해지면서 한 사람의 범행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서 1986~1994년 사이 수 차례 납치 및 강간, 살인 미수, 강도 등 각종 범죄를 일삼았다.
그의 범죄를 다룬 책 '곰보 얼굴: 킬러는 경찰이었다'(The Pockmarked Man: The Killer Was a Cop)의 저자 패트리샤 투랑슈는 “그는 보통의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을 것이다. 그의 방송 출연은 '도발의 형태'로 사용됐을 것”이라며 “이번 일은 범죄자들이 평범한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준다. 괴물은 얼굴이 없다”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