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상당수, 아니 모든 대학이 '글로컬대학' 선정에 사활을 건 듯 하다. 학령인구 감소 속에 학생 정원 채우기가 힘겨운 지방대학 입장에서 글로컬대학은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다. 그보다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만병통치약 정도 될 듯 싶다.
지난해 첫 번째 글로컬대학 선정시 지원한 대학은 전국에서 108개에 이른다. 사립 일반대 중 지원가능한 대학 중 두 곳을 빼고 모두 지원했다. 국립대의 경우 80%가 신청했다. 이 중 정부는 대학·지역의 동반성장을 이끌 지방대학으로 강원대 등 10개 대학을 선정했다. 이 대학은 5년간 총 1000억원을 정부로부터 지원 받는다.
정부는 올해 2차로 글로컬대학 10개교를 추가 선정한다. 예비지정 신청서 접수가 오는 22일 마감이다. 4월 중 예비지정 결과를 발표하고 6월말까지 본지정 실행계획서를 접수 받아, 7월 본지정 결과를 발표한다. 상당수 국립대는 통합을 전제로, 사립대는 연합을 전제로 다양한 학교 혁신방안을 마련해 글로컬대학 제안서를 준비 중이다.
지방대학이 글로컬대학에 목을 메는 이유는 학령인구 감소로 생존 위기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재정도 재정이지만,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한다는 이미지로 학교 위상이 땅에 떨어지는 것도 두렵다. 글로컬대학에 선정되면 엄청난 정부 지원뿐 아니라, 정부가 인정한 우수 지방대학이라는 이미지까지 덤으로 얻는다.
지방대학은 절실하다. 2024학년도 대입 추가모집 마지막 날인 2월 29일 기준 51개 대학에서 총 2008명의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이 중 98%인 1968명이 지방대 정원이다. 해당 대학은 43개교에 이른다. 수시와 정시를 마치고도 채우지 못한 신입생 정원을 채우기 위해 이뤄진 추가모집에서도 결국 정원을 채우지 못한 것이다. 다른 지방대학은 신입생을 채웠다 하더라도, 1학년을 보내면서 상당수 학생들은 반수를 위해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 1학년을 마치면 또 상당수 학생들은 편입을 통해 서울로, 수도권 학교로 옮겨간다.
이러한 배경에는 지방 학생 수에 비해 대학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지방 학생 중 상당수는 서울·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고3 학생수가 8.8% 감소한 부산 지역의 경우, 4년제 대학만 12개가 있다. 인근 지역으로 넓히면 16개다. 대구시와 인근 도시 경산시에는 4년제 대학만 9개다. 광주·전남·전북 등 지역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인문·사회·자연·공학·예체능 등 학과를 보유한 종합대학이다.
제안하고 싶은게 있다. 글로컬대학 선정시, 또는 다른 지원사업에 적용하든. 지방의 모든 대학이 종합대학으로 존재하기 보다, 대학과 지역 특성을 살려 특화대학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모든 지방대학을 그렇게 할 수는 없겠지만, 성장 가능성이 있는 대학을 선정해 적용하는 것이다. A대학은 정보통신기술(ICT) 중심대학으로, B대학은 헬스케어 중심대학으로, C대학은 자연과학 중심대학으로, D대학은 어문계열 중심대학으로, E대학은 사회과학 중심대학으로. 이렇게 학교별로 특화분야를 선정, 전폭적으로 지원하면 해당 대학은 그 분야에 있어 명문대학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많은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 축소되거나 사라지는 학과의 교수와 졸업생 등의 반대가 클 것이다. 또 지정된 특화영역의 경우 학생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교수와 교육인프라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이슈는 대학 구성원과 정부가 모여 해법을 찾아야 한다. 과거 기업간 사업 영역을 주고 받는 '빅딜'처럼 대학간에도 특정학과 교수와 인프라를 주고 받는 빅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가만히 있다가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을 맞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공학계열 연구중심 대학으로 자리매김한 포항공대(포스텍)가 사례가 되지 않을까 싶다.
신혜권 이티에듀 대표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