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채의 센스메이킹]〈39〉이제 AI와 유년기를 보낼 세대를 위한 질문

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뭔가 정말 잘못되었습니다.”

지난 해 5월 2023 Sohn 투자 콘퍼런스에서 오픈AI의 창업자 샘 올트먼(Sam Altman)은 스트라이프(Stripe)의 창업자 패트릭 콜리슨(Patrick Collison)과의 인터뷰에서 1970년대 이후 처음으로 실리콘밸리의 저명한 기업가 중 30세 미만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말 그대로 젊기로 유명한 실리콘밸리 업계에서 갑자기 20대 창업자가 사라진 점이 당황스럽다는 의미였다. 실리콘벨리 스타트업의 신화가 된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2007년 스탠퍼드대의 한 강연에서 더 젊은 사람들이 더 똑똑하다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을지언정 실리콘벨리의 기업 문화의 핵심 중 하나가 젊음이라는 점을 수십 년 간 세상이 인정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샘 올트먼의 지적은 꽤나 의미 있게 들린다.

흥미로운 건 이 같은 사례가 사회 심리학자이자 뉴욕대 교수인 조너선 하이트의 시선에서는 수줍음이 많고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해 야망이 줄어든 Z세대의 특징을 반영한 현상으로 인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나아가 그는 새롭게 공개될 저서 '불안한 세대'를 통해 스마트폰이 Z세대의 어린 시절의 발달에 가장 적대적인 요소였다고 주장한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점차 아이들의 손에 쥐어지는 게 당연해지던 2010년 초반부터 이십대 후반에 가까워진 현재까지를 Z세대 전반적 특징 중 하나인 정신 건강이 나빠지고 인생의 의미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 핵심 원인 중 하나라 이야기한다.

일반적으로 우리 사회는 이제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 틱톡과 같은 소셜 미디어 기업을 담배 회사와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 두 업계 모두 청소년에게 유해한 제품을 판매하고 고객 유지, 즉 중독을 극대화하기 위해 제품에 변화를 주는데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청소년들은 담배를 피우지 않기로 선택할 수 있는 반면 소셜 미디어는 훨씬 더 어린 나이에 더 교묘한 방식으로 비사용자에게 압력을 주는 방식으로 중독을 끊을 수 없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시카고대의 경제학자 레오나르도 버츠틴은 1000명 이상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4주 동안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에서의 계정 비활성화에 대해 어느 정도의 금액을 지불하면 가능한가를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 이는 경제학자들이 제품의 사회적 순가치를 확인하기 위해 사용하는 일반적인 질문으로 평균 50달러를 주면 사용을 멈출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같은 학교의 다른 학생들 대부분이 계정 활동을 멈추게 할 것이라는 전제를 제시했을 때에는 평균적으로 0달러라 답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 네트워크 효과에 관한 소셜 미디어이기에 주변 그룹과의 소속감이 중독의 근원임을 확인한 것이다.

또래 친구들의 '맞팔할까?'라는 질문 앞에 소셜 미디어 계정이 없다는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는 Z세대가 얼마나 있을까? 그런 면에서 담배는 흡연자 개개인을 생물학적 중독에 빠뜨렸으나 소셜 미디어는 한 세대 전체를 집단행동 문제에 가두었다고 볼 수 있다. 대략 9세부터 15세에 이르기까지, 사회화를 학습하는 데 있어 매우 민감한 시기에 스마트폰은 끝없는 남과의 비교와 목적 없는 타인의 삶을 바라보는 시간을 강조한다. 그렇게 알고리즘에 의해 선별된 30초짜리 무의미한 챌린지 영상을 보며 성인이 되어 가는 것이다.

물론 Z세대의 이전 세대들은 스마트폰이라는 기술적 산물이 주는 가능성에 빠져들었을 뿐 성장의 전반을 지나는 이후의 세대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단지 자녀의 관심을 붙잡고 놓지 않기 위해 고안된 기술에 대해 매일 논쟁을 벌이는 데 지쳐버렸을 수 있다.

그리고 이제 AI가 적용된 일상적 기술 산물들이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Z세대 이후의, 앞으로 사춘기를 겪게 될 세대에게는 챗GPT와의 대화가 의미 있는 성장 경험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그럼 그들에게 대화의 내용만이 아닌 태도와 자세로 상대를 존중하는 방식과 의미를 어떻게 가르쳐 줄 수 있을까? 어른이 된 우리가 인공지능과 맺는 관계와 경험에 대해 그저 흥미롭다는 반응에 그치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ryan@reasonofcreativit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