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정책이 그렇듯 과학기술정책도 규정하기 쉽지 않다. 성과를 가늠하는 것도 쉽지 않다. 과학기술의 다양성 만큼이나 역시 옷감 제단 하듯이 이건 이쪽, 저건 저래야 한다고 단정하기도 경험상 쉽지 않다.
그럼에도 과학기술정책이 추구해야 할 것에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과학기술정책의 과학화와 체계화라고 불리는 것이다. 이 상념의 시원은 영국 물리학자 데릭 프라이스의 '리틀 사이언스, 빅 사이언스(Little Science, Big Science)'로 본다. 단지 이 과학정책의 과학화(The Science of Science Policy)라는 용어와 이것을 정책적 주제로 정립한데는 2005년 당시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과학 고문이었던 존 마버거(John Marburger)로 보통은 본다.
마버거는 '과학 정책:연방 연구 로드맵' 보고서 서문에 이것이 과학 및 기술 정책의 효율성과 영향에 관한 더 나은 과학 이론과 분석 도구의 필요성에서 근거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 이것을 과학정책의 과학에 대한 국가적 의무로 주창하게 된 배경을 “'과학정책의 과학화'는 연구개발 투자로부터 가장 효과적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우리의 능력에 매우 중요합니다. 2007년 미국 연방정부 R&D 예산은 총 1390억달러에 달합니다. 과학, 기술 및 혁신에 대한 공공 투자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에도 왜 그 같은 과학투자를 해야 하는 지에 관한 이론적, 실증적 기반은 불충분합니다”라고 밝혔다.
과학기술정책이 과학이라 불리는 것을 대상으로 하면서도 과학적이고 체계화되어야 하는 이유는 여럿 있다. 우리는 과학 및 기술 역량이 국가 번영에 기초라는 점을 모두 알지만 과학과 기술의 진보와 여기 참여하는 이해당사자들의 역할과 기능 차이는 다른 이해를 낳는다. 실상 과학화, 체계화되지 못한 정책의 그것의 개념화와 수행 과정 뿐 아니라 엉뚱한 성과로 이끌게 된다.
예를 들어, 작년 초 즈음 처음 발표되었던 '한계도전 연구개발(R&D) 프로젝트'을 떠올려 보자. 정부는 이것을 “도전적 목표 하에 국가적 난제를 신속하게 해결하고, 사회·경제적 체계(패러다임)의 변화를 일으키는 변혁적 기술 개발”이라고 설명했다. 또 책임 프로그램 매니저(PM) 중심의 도전·혁신적 연구개발 체계에 관한 제안은 유명한 다르파(DARPA) 체계를 이것에서 떠올리게 한다.
이점에서 '한계도전 연구개발(R&D) 프로젝트'의 체계화를 위해서는 '변혁적'이라는 전략과 다르파 방식에 대한 정책의 과학화해야 한다. 실상 다르파 방식은 도널드 스토크스가 제안한 '파스퇴르의 사분면(Pasteur's Quadrant)'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즉, 여기서의 연구는 긴급한 사회적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초과학 지식을 확장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다르파의 지속된 성공이 이 파스퇴르의 사분면에 대한 헌신에서 왔다고도 평한다.
이런 점에서 '변혁적'의 의미도 이것을 급진적 혁신이라고 해석하는 누군가와 아니면 파괴적이라는 일상적 용어의 일상적 느낌으로 이해하는 누군가와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의 와해성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떠올리는 누군가는 모두 다른 '한계도전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상상하고 있겠고 몇 년 후 각기 다른 종착점에 다다르게 하겠다.
우리의 과학기술이, 그 정책이 진보되어야 한다면 과학화와 체계화를 위한 우리 노력도 진전되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모든 과학기술정책은 과학적 탐색과 발견을 토대로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우리는 과학기술정책을 충분히 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가기 어렵다. 과학과 기술의 진보만큼 그것을 다루는 우리의 이해와 전략도 진화되어야 한다.
박재민 건국대 교수·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성과평가전문위원장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