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에 따르면, 10세에서 19세 사이 한국 청소년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중 4분의 1 정도는 스마트폰 과의존(중독)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평균 5세 전후에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시작하는 아이들은 민감한 청소년기를 스마트폰과 함께 보내게 된다.
2007년 아이폰의 등장을 기점으로 생각해 보면, 대략 2010년에서 2025년 사이에 출생한(또는 출생하게 될) 아이들을 일컫는 '알파세대' 구성원들은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알파세대에게 디지털 기기는 삶의 일부가 아니라 삶이 디지털 기기의 일부라는 우스개까지 있을 정도다. 이들은 디지털 기기에 친숙한 '디지털 네이티브'라기 보다는 디지털 외의 기기는 사용해본 적이 없는 '디지털 온리' 세대로 분류되기도 한다.
알파세대의 부모는 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밀레니얼' 또는 'Y'세대로서 아이를 위해 돈쓰는 것을 전혀 아까워하지 않는다. 또 높은 대학진학률과 정보기술(IT) 기기에 익숙한 특성을 보인다. 성장기에 IMF 경제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를 체험한 측면도 있다.
알파세대의 부모도 1990년대 후반부터 휴대폰을 이용해 왔으며, 스마트폰 과의존에 빠져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연구에 따르면 부모가 스마트폰 과의존에 빠져있을 경우, 아이도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에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 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 있다. 아이들을 조용히 시킨다며 스마트폰을 하나씩 쥐어줘서 게임 삼매경에 빠져 있도록 하고, 부모 역시 밀린 웹서핑과 주식앱 사용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모처럼의 가족 외식이 침묵으로 가득차 버리는 것이다. 물리적으로는 외식을 했지만, 정신적으로는 가족 구성원이 각자의 메타버스에 빠져있는 것이다.
학자들은 부모의 양육스타일을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한다. 첫째는 권위있는 양육스타일인데 자녀에게 명확한 기준과 규칙을 제시하지만 자녀의 의견을 존중할 줄 아는 부모들이 여기에 속한다. 이런 부모들이 키우는 청소년은 대체로 심리적 안녕감과 자기 조절능력을 보유하기에 상대적으로 스마트폰 과의존에 빠질 확률이 낮다고 한다. 둘째는 권위적인 양육스타일인데 엄격하고 규칙을 중시하는 점은 전자와 같지만, 자녀의 독립적 사고나 자유로운 표현을 제한하는 스타일이다. 이 스타일의 부모는 아이의 손에서 스마트폰을 뺏는데는 능숙할 수 있으나, 스마트폰 과몰입을 줄이는데는 실패한다는 보고도 많다. 셋째는 허용적 양육스타일인데 자녀에게 요구하는 것은 적은 반면, 자녀의 욕구에는 잘 반응하는 경우다. 이런 양육스타일을 가진 부모는 자녀들의 충동조절 능력을 기르는데 실패하는 경우가 많고 자녀들은 학업성취도가 낮으며 사회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자녀의 스마트폰 과의존을 조절하는 것 역시 실패할 확률이 높다. 마지막으로 나태한 양육스타일은 부모가 아이에게 요구하는 것도 적지만 아이의 욕구에 반응하는 정도도 낮은 경우를 일컫는다. 자녀의 일상생활, 학교생활 등에 관심도도 낮기 때문에 아이의 스마트폰 과의존을 막는데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스마트폰 과의존에는 청소년 본인의 개인적 특성과 기질, 친구와 환경 등의 영향도 크기에 위에 언급한 유형별 특성은 과도한 단순화의 오류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자녀가 있는 독자 여러분께서는 스스로 스마트폰 사용 패턴을 점검해볼 기회를 가져보시길 제안한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