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뇌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사지마비 환자 뇌에 반도체를 이식, 생각만으로 온라인 체스 게임을 즐기는 장면을 공개했다고 2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이 밝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뉴럴링크는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다이빙 사고로 사지가 마비된 환자 놀란드 아르보가 노트북으로 온라인 체스 게임을 즐기는 과정을 생중계했다.
이날 아르보는 지난 1월 두개골에 이식한 뉴럴링크의 반도체 '텔레파시'의 도움을 받아 생각만으로 컴퓨터 커서와 키보드를 제어했다. 아르보는 “마치 스타워즈의 포스(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르보는 이어 “2016년 사고 이후 게임을 포기했는데 뉴럴링크가 8년 만에 다시 할 수 있게 도와줬다”며 “8시간 동안 게임만 했다”고 덧붙였다.
뉴럴링크가 텔레파시를 이용한 시연 영상을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아르보가 체스 게임을 하면서 대화하는 멀티태스킹은 기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에선 보기 어려웠던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안전성 문제로 한차례 반려된 끝에 지난해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시험 허가를 받은 뉴럴링크는 4개월 만에 텔레파시를 환자들의 두개골에 이식해 뇌와 컴퓨터를 잇는 데 성공했다.
텔레파시는 머리카락의 4분의 1 크기로 작은 실 모양의 전극을 갖고 있다. 두개골 하단에 부착돼 신경세포(뉴런)의 전기신호를 반도체와 주고받는다. 무선 충전이 가능해 거추장스러운 전선을 달지 않아도 된다. 생각만으로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제어한다는 뜻에서 텔레파시란 이름이 붙었다.
다만 뉴럴링크의 임상시험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더 많은 데이터가 쌓일 때까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신경공학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킵 루드비히 박사는 이날 로이터에 기존과 다른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사측과 피험자 측 모두 더 많은 학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